<2016-07-01 격주간 제832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듣기 좋은 말, 듣기 싫은 말

"칭찬해주는 사람을 두려워하라
道吾善者 是吾賊(도오선자 시오적)
- 《명심보감(明心寶鑑)》 중에서"

“내시와 여자가 하는 말은 무시하라. 교훈도 깨우침도 주지 않는 쓸데없는 말이다.”
‘시경(詩經)’에 등장하는 대목이다. 공자도 비슷한 말을 남겼다.
“함께 더불어 무엇을 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 소인과 여자가 그렇다. 친하게 대해주면 함부로 하고, 거리를 두면 원망한다.”
얼핏 들으면 여성을 비하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깊이 들어가 생각해보면 그것은 아니다. ‘시경(詩經)’에서는 내시와 여성이 등장하고 공자의 말에는 소인과 여성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내시, 소인, 여성을 비난하는 것일까? 그게 아니다. 방점이 찍힌 곳은 상대방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그들과 함께 할 때 스스로 더욱 조심하라는 뜻이다. 입에 발린 칭찬에 취하지 말라는 뜻이다.
내시와 소인은 하인을 뜻한다. 여성은 모든 여성이 아니라 첩을 뜻한다. 이들은 자신이 섬기는 사람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충성스러운 신하는 임금에게 직언(直言)을 서슴지 않는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남편이 잘못을 저지르면 바로잡으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내시와 첩은 그렇지 않다. 당(唐)나라의 학자 공영달(孔穎達)의 부연설명을 들어보자.
“내시는 왕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모시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어리석은 왕은 내시를 매우 친숙하게 여긴다. 어릴 때부터 항상 가까이 두고 생활했기 때문이다. 아침저녁으로 내시만을 찾고 궁금한 게 있으면 내시에게 먼저 묻는다. 내시들이 항상 입속의 혀처럼 살갑게 대해주니 내시와 함께 있는 시간을 즐거워한다. 그렇다면 내시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 궁궐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생활하여 궁궐속의 정보를 그 누구보다 많이 가지고 있다. 왕의 안색을 살펴 그 마음을 읽어내는 것에도 큰 재주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어리석은 왕은 내시들이 거짓으로 교묘히 꾸민 이야기를 하여도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나라가 멸망하는 것은 대부분 이 때문이다.”
내시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내시들에게 기대는 왕을 비판하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여성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첩실의 치마폭에 쌓여 놀아나는 남성들을 비판하는 것이다.
당(唐)나라 때에 권력을 휘둘렀던 내시 구사량(仇士良)이 은퇴를 하여 물러나자 후배 내시들이 몰려와 승승장구를 거듭한 비결을 알려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구사량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잠시라도 황제를 한가롭게 그냥 놔두어서는 안 된다. 사치스러운 물건과 새로운 음악으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여 다른 일에 관심을 갖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나에게 이익이 돌아온다. 책을 읽는 시간을 주거나 학문이 깊은 신하를 가까이 하게 놓아두지 말라. 학문을 익히고 역사를 배우면 예전의 일들을 환하게 알게 되어 내시들을 멀리하게 된다.”
내시와 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상대하는 나의 태도가 중요한 것이다. “나를 칭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두려워하라. 그러나 나의 단점을 지적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스승으로 생각하라(道吾善者 是吾賊 道吾惡者 是吾師).”는 ‘명심보감(明心寶鑑)’의 충고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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