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H 개량 양돈 과제, 새로운 미래로 도전하다
연포(燕浦) 강 건 주 (한국4-H본부 고문)
‘조용한 아침의 나라(The Country of Morning Calm, 朝鮮)’ 농촌에 정숙함을 깨고 활기(Vital)가 넘쳐흘렀다. 농촌 청소년들이 드디어 긴 잠을 깼다. 4-H활동이다.
단군 이래 농촌의 여러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돼지 과제 선택은 많은 과제 중에서 가장 유효적절한 대상이었다.
농사교도사업 실행 전인 1950년대 초부터 대두됐다.
만경생은 시도 때도 없이 전국을 누빈다. 현지 파악을 위해 학교에서의 4-H강연, 여러 도청과 시·군 방문, 농림부 주관 의 추곡생산고 합동조사와 현지 비료수급 실태조사, 지도자 간담회 등…각종 현장 출장이 빈번했다.
순회 중 여러 공무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통과하는 도로변 마을4-H를 수시로 방문하여 직·간접적으로 현지 연시지도를 수행하는 것이 관례였다.
동행 공무원들과 부락민들 그리고 4-H회원들에게 농사교도사업과 4-H의 취지 및 목적을 겸하여 4-H과제 중에서 돼지 기르기 개량을 역점 주제로 시범지도 하는 것이었다.
부락민들에게 올바른 농촌개선의 ‘옳음’에 자주적 동기부여를 일으키기 위해서였다.
재래 돼지사육 개선 현지지도의 단면을 회고해본다.
마을 집회(보통 40~50명의 청소년들과 부락민)에서 즉흥적 인사 후 단도직입적으로 돼지에 대한 질문부터 던진다.
“여러분! 지금 돼지 기르시는 분 손을 들어보세요.” 약 60%가 돼지를 기른다(6.25 동란으로 돼지 수가 격감했으나, 1953년 전국 농가 사육 돼지 약 90만 마리 내외 추정).
“자, 그럼 먹이(사료)는요?”, “쌀뜨물과 보리겨, 썩은 감자 등이지 뭐요!”
다음 질문을 던진다.
“암퇘지 종부(교미) 시기는 생후 몇 개월이지요?
한 4-H회원이 답한다. “6개월 정도지요!?” 옆에 할머니가 부정한다. “아니야, 8개월이야!”, “1년은 되어야해!” 한 중년 아줌마가 끼어든다.
답은 각양각색이었다.
그럼 다음 질문, “돼지의 임신기간은 얼마인가요?” 역시 알쏭달쏭해 한다. 답변은 2달 반, 100일, 석 달 등으로 다양하다.
끝으로 암퇘지의 발정주기는 몇 일인지 묻는다. “한달에 한번”, “보름에 한번” 등 대충대충 넘어간다.
“여러분! 농사는 과학이에요. 모든 것이 정해진 생리적 주기가 있는걸요.” 만경생은 가져온 4-H돼지과제 안내 팸플릿(UNCACK 발행, 각종 농업 책자도 함께 배포하기 위해 휴대)을 들고 알기 쉽게 설명한다.
“자, 여러분! 돼지에 대한 정확한 답을 드리지요. 첫째, 첫 종부시기는 생후 약 10개월부터입니다. 둘째, 임신기간은 정확히 114일(하루 이틀 정도 차이는 있다)이고요. 셋째, 성장한 암퇘지의 발정주기는 매 21일 간격(발정 지속시간 52시간)입니다. 추가로 새끼 젖 떼는 시기는 45일 정도랍니다. 여기 있는 인쇄물을 잘 보관하시고 새끼 많이 받도록 하세요.”
다들 멈칫거린다. 다음은 초가집의 협소한 뒤뜰에 있는 어지럽고 악취와 파리가 집결한 재래 돼지우리에서 물 반, 배설물 반인 비위생적인 환경을 점잖게 나무란다.
재래돈사의 결함에 대해 지적한다. 특히 위생과 질병 발생원인과 기생충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자리를 뜨기 전 만경생은 신선한 풀(녹체와 약간의 비타민 함축) 한아름과 깨끗한 흙(각종 미네랄과 무기질) 4~5삽을 돼지우리에 던지고(주 : 돼지우리가 고정된 장소에서 장시간 사용되어 흙이 심하게 부패되고 신선한 풀과 접촉할 기회가 없어 우선 1주에 2~3번 새 흙과 풀을 주도록 당부)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바로 이신교지자종(以身敎之者從, 몸으로 가르치면 따라오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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