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후기 문신이자 학자인 익재 이제현(1287~1367)의 초상화다. 가로 93㎝, 세로 177.3㎝로 의자에 앉은 모습을 비단에 채색해 그렸다. 그림 위쪽에는 원나라 문장가인 탕병룡이 쓴 찬(贊)과 잃어버린 줄 알았던 이 그림을 33년 만에 다시 보고 감회를 적은 익재 이제현의 글이 있다. 대부분의 초상화가 오른쪽을 바라보는데 비해 왼쪽을 바라보고 있으며, 비단 테를 두른 흰 베로 짠 옷을 걸치고 두 손은 소매 안으로 마주잡고 있다. 선생의 왼편 뒤쪽에는 몇 권의 책이 놓인 탁자가 있고, 오른편 앞쪽으로는 의자의 손잡이가 있어 앉은 모습이 안정되어 보이며, 화면구성도 짜임새 있다. 채색은 색을 칠한 다음 얼굴과 옷의 윤곽을 선으로 다시 그렸는데 부분적으로 표현을 달리하여 날카롭지 않고 부드러워 보인다. 그림의 색감은 오랜 세월이 지나 변색된 듯하나 차분한 느낌을 준다.
이 그림은 충숙왕 6년(1319) 이제현이 왕과 함께 원나라에 갔을 때 당시 최고의 화가인 진감여가 그린 그림이다. 전해오는 고려시대 초상화 대부분이 다시 그려진 이모본인데 비해 직접 그린 원본으로, 안향의 반신상과 함께 현재 남아 있는 고려시대 초상화의 원본 2점 가운데 하나다. 이 그림은 빈틈없는 구성과 왼쪽을 향하고 있는 모습에서 고려 초상화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현재 동일한 양식의 익재 이제현의 초상화 4점이 전해지는데 그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
한편 이제현은 원나라의 만권당에서 조맹부 등과 교류하며 고려에 신학문과 사상을 소개하고, 성리학을 전파,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호는 익재·역옹으로, ‘국사’,‘역옹패설’ 등을 남겼다.
〈자료참고·사진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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