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15 격주간 제831호>
[제15회 전국4-H회원 사이버백일장 금상작] 아빠, 저 꿈이 생겼어요!

김 어 진 회원(강원 영월 주천고4-H회)

아빠, 벌써 1년이 지나 갔네요.
거의 매일 아빠생각이 나더군요. 안 그럴 줄 알았어요. 생각이 나도 이렇게까지 생각날 줄 몰랐어요. 정말 죄송스러웠고 후회가 많이 됩니다.
이 글을 아빠가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빠, 저 사실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말할 수 없었어요. 아빠도 정말 고생 많이 하고 계신 거 알고 있었으니까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축구를 강압적으로 시작하게 된 후로 엄마만 날 사랑한다고 착각할 정도로 아버지는 제게 너무 엄하신 분이었어요. 아빠가 강제로 시킨 축구지만 경쟁심, 목표달성의식, 책임감, 건강 등 많은 것을 배웠어요.
축구가 아니면 절대 얻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렇지만 아빠, 저는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어요. 아빠 눈치를 보면서 노심초사 위태롭게 억지로 이겼고, 그렇게 시간은 지나갔어요.
저는 단지 아빠에게 보여주려고 열심히 해왔습니다. 겨울과 여름이 8번씩이나 바뀌어가도 막상 좋아하던 것도 없었고, 공부도 못했고, 그저 아빠가 시킨 축구만 열심히 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저를 보러 운동장에 오시지 않네요.
처음에 마음대로 가버리신 아버지를 많이 원망했어요. 저 보다 어머니가 더 힘들어 하셨어요. 저의 생각은 그랬어요. 반드시 꼭 성공해서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자. 그리고 고생 많이 하신 어머니 꼭 호강시켜주자. 저는 무작정 닥치는 대로 열심히 운동장에서 땀을 흘렸어요.
하지만 저는 알게 됐어요. 이건 불가능한 낭비일 뿐이라는 것을요. 그저 허황된 꿈을 쫓다가 사라진 수많은 주인공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저 골키퍼잖아요. 골키퍼로 성공하려면 키가 180cm 이상 되어야 하는데 저는 너무 작아요.
그냥 지금까지 꿈은 축구 선수다 말해놓고 멋있게 축구 열심히 하는 척하며, 나 자신과 타협하며 헛된 삶을 살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야 꿈이 아닌 망상에서 깼어요.
축구 때문에 울산에서 영월로 온 것은 행운이었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온 이 학교가 지금 꿈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저에게 열심히 하라며 자신감을 심어 줄지는 상상도 못했어요. 지나왔던 나의 삶,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무거웠던 책임감, 이제 주위에서 함께 이겨나가고 있어요. 그리고 4-H를 만나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됐어요.
‘명석한 머리, 따뜻한 마음, 부지런한 손, 건강한 몸’이라는 말을 들으며 깨닫게 된 것이 리더십입니다. 단체를 현명한 길로 움직이는 머리, 낙오자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마음, 항상 나를 돌아보고 몇 번이고 도전하며 모두를 이끄는 부지런함, 나를 지탱해 주는 건강. 이러한 교훈을 담아 저는 반에서 실장이 되어 리더가 무엇인지 배우고 있어요.
특히 요즘 저는 즐거움이 하나 더 생겼어요. 사슴을 기르는 실습입니다. 일이 힘들지만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선배들과 같이 땀을 흘리며 풀을 경운기에 싣고 나르고 사슴 똥을 치우고, 청소를 하고, 사슴에게 풀을 주며 몸은 힘들지만 너무나 인상적이고 재미있어요. 한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열심히 했기에 더 힘이 났어요.
아빠, 그리고 저 완벽하진 않지만 현재 소박한 꿈을 만들게 됐어요. 저 농업인이 될게요. 농업이 제가 8년 동안 해온 축구랑 정말 대조적인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축구는 경쟁이에요. 운동장에서 운동하는 동료들의 눈은 맹수 같아요. 열심히 하지만 모두가 개인을 위해 냉혹하게 훈련해요. 하지만 농업은 자신이 소득을 올려 잘 살기 위함도 있지만 국민 모두를 위해 국민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아빠, 저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르지만 축구는 말로 하는 게 아니잖아요? 4-H정신도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거 알아요. 저는 말로만 잘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하나도하지 않는 걸 보면서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요.
더 늦기 전에 정말 제가 행복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엄마도 행복하게 해드리고 좋은 아들로 살아볼게요.
아빠. 보고 싶어요. 시간이 많이 지나면 아빠를 만나겠지요? 그때 잘했다고 칭찬받고 싶어요. 아빠,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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