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통일이다
최 현 주 지도교사(시흥 군서중4-H회)
이제 꼼짝없이 무더위를 준비할 때가 왔음을 절감하게 했던 5월 마지막 주 일요일. 나와 우리 학교 역사동아리 학생들은 통일부가 주최한 ‘2016 통일박람회’에 다녀왔다. 철수된 개성공단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팔고 있는 장터에서부터 공공기관과 여러 민간단체와 대학생들이 마련한 다양한 통일 체험부스가 마련됐다.
부스를 돌면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통일을 염원하고 있음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도 점차 사그라들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했던 나로서는 통일된 대한민국을 상상하게 해보는 행복한 시간이 됐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강만길 교수의 ‘우리 통일, 어떻게 할까요’를 책장에서 다시 펼쳐봤다.
필자는 역사교사인지라 과거를 다룬 이야기를 특히나 좋아하고, 여러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는 읽었던 책을 읽고 또 읽으며 새로운 감동을 찾으려는 독서 습관이 있다. 그래서 감명 깊었던 책은 늘 간직하며 가까이 두는데, 이 책은 기억을 헤아려보니 거의 10여년 만에 다시 펼쳐보게 됐다. 오래 전 소식이 끊겼던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반가웠고, ‘역시 좋은 책은 세월이 오래 흘렀어도 큰 울림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저자 강민길은 우리 근·현대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로 행동하는 지식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땅의 분단 극복을 화두로 삼아 평생 분단 극복을 위한 역사 연구에 매진해오고 있다. 특히 이 책, ‘우리 통일, 어떻게 할까요’는 청소년에게 들려주는 통일이야기 책으로, 친근한 대화체로 서술해 이야기를 듣듯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저자는 통일문제를 역사라는 렌즈를 통해 역사의 흐름을 쫓아가며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이 책에서는 우리 민족이 근·현대를 거치면서 크게 두 번이나 역사실패를 했다고 지적한다. 20세기로 들어서면서 남의 강제지배를 받게 된 것이 첫 번째 실패이고, 민족이 분단된 것이 두 번째 실패에 해당한다. 그리고 21세기로 들어서며 우리 민족에게 이 같은 두 번의 역사실패에 이어서, 세 번째의 역사적 고비라면 고비요 기회라면 기회가 평화통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세 번째 고비를 잘 넘기면 앞선 두 번의 역사실패도 옛말이 될 수 있겠지만, 세 번째 고비마저 실패하면 앞선 실패들의 상처가 두 몫, 세 몫이 되어 되살아날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앞선 두 번의 역사실패 원인을 냉정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파악해야지 세 번째 고비를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문제는 역사학의 측면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통일을 다룬 다른 책들과 비교했을 때 왜 분단이 되었는지, 반세기가 넘는 분단시대 동안 통일을 위한 정책 및 통일운동의 역사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역사적 맥락을 꼼꼼하게 짚어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저자가 이 책을 썼던 당시에는 그야말로 평화통일을 향한 돛에 순풍이 불던 시절이었다. 저자는 2000년 6월 제1차 남북정상회담에 역사학 전공자로는 유일하게 그 역사적 현장에 있었다. 그 가슴 벅찬 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노학자의 학자적 소명감은 이 책을 더욱 값지게 하는 부분이다.
지금은 이 책이 쓰여 졌던 당시 불어왔던 통일의 순풍이 자취를 감췄다. 북한의 미사일발사와 핵실험으로 남북한의 대치상황은 더욱 첨예화되고 있고, 북한의 체제 붕괴 가능성까지도 외신을 통해 성급하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통일 정책도 많은 어려움을 맞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책이 전해주는 통일의 당위성을 명심해야 한다. 같은 민족이라는 점이 통일해야 할 당위성의 전부는 아니다. 왜냐하면 하나의 민족이 두 개나 세 개의 국가를 이루어 살 수도 있으며, 반대로 몇 개의 민족 혹은 종족이 하나의 국가를 이뤄 사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통일해야 하는 이유는 그 무엇보다도 우리 땅에 사는 주민들이 더 평화롭고 사람답고 떳떳하게 살기 위해서, 나아가 동아시아 평화와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기 위해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통일의 문제는 한반도의 문제가 아닌 국제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인식 전환에 있어 필요한 실천적 지식을 전해주기에 통일문제를 다룬 고전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강만길 지음 / 당대 펴냄 /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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