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01 격주간 제828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꿈과 희망
"순임금은 어떤 사람이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舜何人也 予何人也(순하인야 여하인야)
- 《맹자(孟子)》 중에서"

선배들은 우리들에게 ‘어떠한 경우라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꿈과 희망을 향해 당당히 나아가라’고 조언해준다. 학문의 길로 들어서는 젊은이들에게 율곡이 가장 힘주어 말한 것도 바로 이것이다.
“반드시 ‘성인(聖人)이 되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라(必以聖人自期).” 위대한 성인(聖人)이 되겠다는 꿈을 지니라고 말하며 율곡은 중국의 순(舜)임금을 성인(聖人)의 모범 케이스로 내세운다. 그렇다면 순임금은 누구인가.
순(舜)은 중국의 전설적인 임금 중 한 사람이다. 순은 임금의 아들로 태어나 왕의 자리를 물려받은 게 아니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고수()’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시력을 잃은() 늙은이()’가 된다. 그러므로 이름이라기보다는 그의 특징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실제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단순히 사리 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눈뜬장님’이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머니는 순이 어렸을 때 세상을 떠났으므로 순은 계모 밑에서 자라났다. 그런데 계모는 무척이나 악독한 사람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계모는 시집을 오면서 순보다 나이가 적은 상(象)이라는 아들을 하나 데려왔다.
순에게는 동생이 되는 상은 무척이나 게으르고 오만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사리 분별이 어두운 고수는 새로운 아내와 막내아들 상만을 예뻐했다. 순은 졸지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순은 그런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열과 성을 다해 효도하고 동생을 알뜰하게 보살피며 열심히 농사를 지어 집안 살림을 혼자서 이끌었다. ‘순이야말로 진정한 효자’라는 소문이 널리 퍼져나갔다.
새로 시집 온 어머니에게 이러한 순은 걸림돌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아들과 함께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재미있게 지내고 싶은데 순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결국 고수에게 거짓말로 순을 모함한 후에 순을 죽여 버리기로 하고 계획을 세운다.
어느 날, 아버지는 순을 불러 창고 지붕을 고치라고 했다. 순이 사다리를 타고 지붕으로 올라가자마자 고수는 창고에 불을 질렀다. 그리고 사다리를 치워버렸다. 그러나 순은 그러한 위기 속에서 극적으로 탈출한다. 햇빛을 가리는 데 사용하는 삿갓 두 개를 양 손에 하나씩 들고 사뿐히 지붕에서 내려와 목숨을 유지했다. 그리고 나머지 가족들의 안위를 챙기고 다시 일에 열중했다.
이번에는 순에게 우물을 파게 했다. 순이 우물 안으로 들어가자 돌로 우물을 메워버렸다. 그러나 순은 계속 굴을 팠고, 그 굴을 통해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차분하게 자기 일을 해나갔다. 부모와 동생에 대해서도 항상 최선을 다했다. 결국 나머지 가족들은 순의 모습에 감명을 받아 올바른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당시 중국을 다스리던 요(堯)임금은 이러한 순의 모습을 보고 순에게 임금의 자리를 물려주었다.
순은 자신을 학대하고 죽이려고까지 했던 가족들을 위해 노력했다. 그들이 올바른 길로 돌아오도록 스스로 모범을 보이며 노력했다. 방치하거나 방관한 것이 아니다. 조화롭게 대응하며 모두가 잘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외면하거나 도망가거나 싸워서 이긴 것도 아니다. 다 함께 행복해지는 길을 추구했다.
순임금을 성인(聖人)이라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성인으로 태어난 게 아니라 성실한 실천을 통해 성인으로 완성됐다. 공자의 제자 안연(顔淵)이 “순임금은 어떤 사람이고 나는 어떤 사람이냐(舜何人也 予何人也)”라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도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며 바른 길을 가면 순임금처럼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꿈과 희망을 잃지 말라는 것은 그저 마음속에 꿈을 지니라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 자체가 꿈이고 실천이 희망이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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