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균 부회장(강원도4-H연합회)
“20여년 이상 도시생활을 경험했던 것이 오히려 농사짓는데 크나큰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농산물에 대한 도시소비자의 기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거든요.” 올해 강원도4-H연합회를 이끌어 가는 오진균 부회장(27세·홍천군 화촌면·홍천군4-H연합회장 겸직)이 건넨 첫마디이다.
직접 중장비로 불모지 개간
우리나라 대표적인 공업도시인 울산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줄곧 생활한 오부회장은 “부모님께서 2000년도에 먼저 귀농하셔서 이듬해 일손을 도우려고 왔다가 두 분의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아예 정착하게 됐습니다”라며 멋쩍은 미소를 보인다. 하지만 그 엷은 미소 속에는 강인함이 묻어 나왔다.
전혀 연고가 없는 지역인 데다 설상가상으로 농사짓기에 척박한 불모지를 직접 중장비로 개간한 오부회장은 귀농 6년 만에 홍천군 1등급 브랜드인 ‘늘푸름한우’ 50두를 사육하고 있다. 또 1500평 규모로 국화를 재배하여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에 전량 직판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에는 신규사업으로 유실수인 사과와 복숭아 재배에 전력투구할 복안이란다. 한우 또한 향후 100두까지 증산할 계획이라고 자신의 영농계획을 거침없이 밝힌다.
영농정착 후 4-H활동 큰 도움
이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4-H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4-H회에 감사함과 소중함을 내비친다.
“농업·농촌에 무지한 귀농인인 저로서는 4-H선배들의 영농경험을 벤치마킹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아무 연고가 없는 상황에서 든든한 친구이자 동료가 되어 주어 더욱 용기를 가지고 영농에 임할 수 있었다” 라고 말한다.
1남1녀의 자녀를 둔 아내도 홍천군4-H연합회원 60명 중 유일한 홍일점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는 오부회장은 바쁜 농사일 속에서도 작년부터 군연합회장, 올해에는 도부회장 직책을 스스럼없이 떠맡을 만큼 귀농 초기에 받았던 4-H회의 은혜를 조금씩 되갚아 가고 있다.
회원들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자립심 절실
구체적인 활동으로 봄·가을에는 농지 폐비닐수거활동을 펼치고 수시로 지역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수해가 심했던 작년에는 양돈과제포를 조성하여 수해마을에 기부를 하는 등 비교적 짧은 4-H회와 영농 경력에도 불구하고 유익하고 다양한 4-H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편 그간 4-H활동을 하면서 아쉬운 점이나 개선할 점에 대해서는 “지도기관이나 후원회에 너무도 의존적인 회원들의 자세가 안타깝다”며 “회원들이 보조사업 및 지원금에만 집착하지 말고 수익자 부담원칙에 의거 연합회원 스스로의 자부담으로 자체사업을 할 수 있는 자립심이 절실하다”고 일침을 가한다.
2~3년 내 한우, 화훼 및 과수를 한데 묶어 도시소비자가 직접 생산부터 소비까지 향유할 수 있는 복합 팜스테이농장을 건립하여 원스톱서비스를 영농에도 도입하는 것이 꿈이라는 오진균 부회장은 “현재 농촌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지 않으면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것이 FTA체제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힘주어 말하는 오부회장의 세치 혀 속에서 미래 농업·농촌의 푸른 청사진을 그려 볼 수 있었다.
〈정호주〉
현장에서 만난 지도사
전 용 태 (홍천군농업기술센터)
“오진균 부회장은 겉으로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상당히 섬세하고 논리적이며 장래가 촉망되는 농사꾼 이죠”라고 홍천군농업기술센터 4-H담당 전용태 지도사는 말문을 연다.
온 가족과 함께 20여년 이상 도시에서만 생활하다가 몇 해 전 귀농했음에도 불구하고 홍천군과 4-H를 사랑하는 마음은 토착인들 못지않다고 덧붙인다.
‘영웅은 어려운 세상에서 나타난다’라는 격언처럼 점점 영농인력이 줄어들면서 힘들어져만 가는 농촌지역에 오부회장과 같이 긍정적이고 영리한 청년농사꾼들이 많이 출현했으면 하는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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