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15 격주간 제825호>
[이 한권의 책] 반짝이는 박수 소리

또 다른 언어, 수어로 말하는 사람들

김 성 기 지도교사(김포 통진중학교4-H회)

언제부터인가 신문과 TV뉴스를 보기가 싫어졌다. 뉴스의 특성상 미담을 다루는 것이 어려운 일인 것을 잘 알면서도,‘아동학대’와 같이 부모 자식 사이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뉴스를 볼 때면 이 세상이 너무 무서워지고 두려워진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학생들에게 따뜻한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작년에 우연한 기회에 ‘반짝이는 박수 소리’라는 다큐 영화를 가족들과 본 적이 있다. 청각장애인들은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환호할 때 박수를 ‘치지’않고 손을 반짝반짝 흔들면서 박수를 대신한다고 한다.
이 영화는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감독이 자신과 부모님의 삶의 이력을 담담하게 풀어낸 영화였다.
‘농인’의 세계와 ‘수어(수화)’의 특성,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의 약자)’들의 고민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번에 소개할 ‘반짝이는 박수 소리 - 또 다른 언어, 수어로 말하는 사람들’은 위에서 언급한 영화와 같은 제목의 책으로 영화가 감독 부모님의 삶에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라면 이 책은 저자인 감독 자신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손으로 옹알이를 먼저 할 정도로 청각장애 부모에게 말보다 수화를 먼저 배웠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부터 들을 수 없는 부모와 말로서 소통하는 세상을 연결하는 집안의 유일한 통로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들리지 않는 세상에서 당당히 살아왔던 부모님의 삶과 침묵의 세계와 소리의 세계에서 혼란스러워 했던 자신의 성장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차별’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그리고 저자는 비장애인들에게 장애인들에 대해 ‘동정’과 ‘연민’, ‘배려’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다만 장애인들의 세계, 구체적으로 말하면 농인들의 세계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해 주기를 요구할 뿐이다.
그러나 저자가 26년 동안 살아온 세상은 ‘차이’가 곧 ‘편견’과 ‘차별’이 되었던 세상이었다. 그리고 비장애인들은 전혀 느끼지도 생각지도 못하는‘불편함’이 일상생활의 곳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희생하고 감내해야만 하는 그런 세상이었다.
이 책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님 밑에서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성장한 저자의 삶이 아니었다. 이보다는 세상에 의지하고자 하지 않았던, 그 부모의 삶에 대한 당당함이었다.
‘엄마는 “내가 말 못하는 게 부끄러워?”하고 말하며 태연한 표정으로 그런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알기 전부터 엄마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먼저 배웠다. 그러나 사람들은 엄마를, 엄마의 고요한 세계를 부끄러워했다.’(p7)
저자의 부모님은 본인들의 장애를 ‘불편함’정도로만 받아들였지 ‘부끄러움’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본인들의 장애가 가족들의 불행의 요인과 자식들에게 미안함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였기에 세상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었고, 자식들을 바르게 키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오랜만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감동을 맛보았고, 장애를 바라보는 반듯한 시각이 생겼다.
저자와 부모 사이의 단단한 신뢰감과 가족 간의 애정에서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되었고, 이들의 삶을 통해 장애가 ‘차이’이기에 ‘차별’이 될 수 없고, ‘배려’의 대상이기 보다는 ‘이해’의 대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학생4-H회원들도 장애우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해 동정의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이해하는 마음으로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부모님의 삶에 대해서도 한번쯤 부모님께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길보라 지음 / 한겨레출판 펴냄 /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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