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숙 (충남4-H연합회 대외협력부장)
2001년인가 2002년에 처음 4-H회에 가입을 했습니다. 농업계 대학을 졸업하고 센터 관계자분들을 알게 되었고, 나의 능력과 경력과는 무관하게 그분들의 권유로 시작한 4-H활동. 처음부터 시연합회 여부회장을 맡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열정을 갖고 임하지는 못했던 것 같고, 점차 관심이 줄어들다가 작년부터 뜨거운 열정은 아니어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해가 갈수록 4-H회에 대한 매력을 느낍니다. 아직까지는 4-H이념을 뼛속까지 이해하고 생활 속에서 행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지난 13일과 14일에 있었던 ‘여성회원 리더십교육.’ 한국4-H본부가 과연 어디에 있나 궁금하였으나 교육에 대한 기대치는 그다지 없었습니다. 김준기 회장님의 ‘21세기 농촌사회와 여성의 지위 및 역할’을 들으며 깨달음과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다소 페미니즘적 여성권익보호 차원의 발언들, 남성으로서 그런 사상, 신념, 생각들을 가질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으나 모임 성격에 맞게 추켜주기식 발언들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을 갖기에는 그분의 눈빛이 살아있고 그분의 언어들이 살아 숨 쉬어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과연 농업이 여성들에게 어떠한 가치로 다가올까? 부부가 함께 농업에 종사할 경우, 남성들은 사회 활동으로 한 달의 반 이상을 농장작업 외적인 일을 합니다. 한 달 내내 흙을 만지는 여성 농업인도 있고, 반대로 육아 등의 이유로 농장 일을 거의 하지 않고 남성이 다 한다든가, 이런저런 유형이 있습니다.
저의 부모님도 농업에 종사하셨는데 아버님은 외부 출타가 잦으셨고 어머니는 육아, 가사, 농장일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셨습니다. 참 애매합니다. 일의 양으로 보면 여성이 육아, 농작업, 가사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데, 남성이 더 인정받고 존중받고……. 요즘은 그렇지는 않다고 하지만, 그런 이유로 농업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권리를 박박 우겨야만 얻을 수 있는 거라면 그걸 평등하다고 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무조건적인 희생과 무조건적인 강요가 아니라 가정에서 서로 존중하고 서로 배려하는 관계의 틀 속에서 하루하루 쌓아갈 수 있어야 될 것입니다.
13일 하루만 참석해서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만, 하수진 회원의 발언은 저를 또한 부끄럽게 합니다. 이 모임에서 알게 되기 전에 그분을 접하게 되었는데 ‘농사만 짓고 살기에는 참 아까운 분이다, 뭔가 크게 하실 분이다’하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분이 30살쯤 되시니까 산 날보다 살날들이 더 많으시니 모를 일입니다. 세계 방방곡곡에 초청받으며 강연할 날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여러분 깨어있어야 합니다. 흙을 사랑하시는 여성농업인 여러분, 당신들은 밀알입니다.” 하루 온종일 사람 구경 못하고 흙 만지고 그러다 보면 ‘내가 이러다 미치지…’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하여 초심의 마음이 깨지고 흐려지고 쉬이 포기하게 되는데, 참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하여 또 다른 도약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시간을 주신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어찌 해야 하나! 나 또한 하나의 밀알이 되어야 하는데…’ 그 마음 잃지 않고 준비하고 준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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