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01 격주간 제651호>
<이규섭의 생태기행> 국내 5번째 람사협약 습지등록

제주 물영아리오름

제주특별자치도 남제주군 남원읍 수령산(해발 508m)에 위치한 물영아리오름 습지가 지난 1월 람사협약 습지로 등록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암산 용늪(1997), 창녕 우포늪(1998), 신안 장도습지(2004), 순천만 보성벌교 갯벌(2006년)에 이어 5번째, 세계적으로는 1천648번째로 등재된 습지보호지역이다.

제주도에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368개의 ‘오름’이 산재해 있다. 오름이란 작은 언덕이나 자그마한 산인 기생화산구(奇生火山丘)를 뜻한다. ‘물영아리’는 ‘물이 괸 영아리(噴火口)라는 우리말 이름이다. 물영아리오름의 습지면적은 둘레 약 300m에 깊이는 약 40m, 바깥둘레 약 1천m로 함지박 모양을 띄고 있다.
내륙의 다른 습지에 비해 면적은 작지만 학술적·생태적 가치는 크다. 하천이나 지하수 등 외부에서 물이 유입되지 않고 오직 강우에 의해서만 공급되는데도 습지생물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어 보전 가치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멸종위기종 2급인 물장군, 참개구리, 맹꽁이를 비롯해 물여귀 등 습지식물 210종과 47종의 곤충, 8종의 양서·파충류 등 다양한 생물군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분화구내 습지에는 고마리, 세모고랭이 등 습생식물이나 수생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습지가장자리에는 좀찔레, 복분자딸기, 청미래덩굴 등 덩굴성 가시식물이 엉켜 있으며 주변 삼림에는 서어나무, 산딸나무, 때죽나무, 참식나무 등 약 30~40년 된 교목류가 자라고 있어 식생의 분포가 뚜렷하게 구별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5번째 람사협약 습지로 등록된 제주 물영아리오름 분화구.>

<물영아리오름 나무에 섭생하는 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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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협약 습지는 독특한 생물지리학적 특성을 지녔거나 희귀 동식물 또는 물새 서식지로서 중요성이 인정될 경우 등록된다. 1971년 2월 2일 이란의 람사(Ramsar)에서 채택되어 1975년 12월에 발효됐다. 우리나라는 1997년 7월 28일 101번째로 람사협약에 가입했다. 현재 153개국이 가입했으며 1648 곳의 습지가 람사협약 습지로 등록돼 보호받고 있다.
환경부는 국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18곳 가운데 강원도 영월 동강유역, 충남 태안 신두리 사구(砂丘) 등 람사협약에 등록되지 않은 습지보호 지역에 대해서도 생태계 정밀조사를 실시하여 내년 10월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환경올림픽’인 람사총회 개최 전까지 최소한 3곳을 람사습지로 추가 등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합과 여러해살이풀 산자고가 힘차게 솟아나고 있다.>
습지는 희귀 동, 식물이 생명의 싹을 틔우는 근원으로 생물의 다양성을 유지시켜주는 공간이다. 물과 물고기, 물고기와 물새, 식물과 물고기 등이 공생하며 생태계를 형성하여 끈질긴 생명력으로 우리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제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하천의 수질을 정화해주고, 지하수를 보존하고 기후조절과 홍수예방을 해주고 있지만 그 혜택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문제다. 개발논리에 밀려 습지가 지난 20년 사이 서울의 1.3배 사라져 전 국토의 3%인 3400㎡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습지보존은 생명의 보호와 마찬가지로 소중하다.
물영아리오름의 보호를 위해서는 폐쇄상태인 분화구내 습지의 생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목초지 등 주변의 자연생태계를 모니터링하여 원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전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이규섭 / 칼럼니스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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