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자이언트
“내게도 짱가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소녀가 신데렐라의 왕자님을 꿈꾸듯 소년은 로봇을 꿈꾸고 용돈을 문방구에 가져다 줬다. 1999년 TV물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브레드 버드 감독이 ‘아이언 자이언트’라는 극장용 만화영화로 데뷔하며 소년의 로망을 표현했다. 후속작 ‘인크레더블’로 잘 알려진 브레드 버드 감독은 ‘아이언 자이언트’로 단순한 소년의 로망 뿐 아니라 1960년대의 미국이란 사회와 냉전 시대를 깊이 있게 조명했고, 전쟁의 공포감을 표현했다.
시대는 1957년, 소련과 미국의 냉전이 극에 달했던 시대다. 소련의 스프트닉 인공위성의 발사와 공산주의 핵무장 자체가 자본주의 진영의 두려움을 극대화 했던 때, 미국의 록웰에 살고 있는 소년 호가스 휴스가 숲 속에서 우주에서 떨어진 거대로봇을 만나게 된다. 호가스 휴스는 쇠붙이를 먹으면서 살아가는 거대 로봇에게 말을 가르쳐주며 친구가 된다. 미확인 비행물체가 떨어졌다는 보고를 받은 미연방우주국의 켄트맨슬리는 록웰 지방을 조사하던 중 호가스 휴스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점점 로봇의 정체에 다가오는 켄트맨슬리를 피해 호가스 휴스와 로봇은 도망친다. 그러던 중 사냥꾼들에게 죽은 사슴을 보며 호가스 휴스는 로봇에게 ‘총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로봇의 정체는 바로 외계에서 사용되던 전투형 로봇이었다. 자기가 위험해지면 방어적인 속성을 들어내며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무기로 변하는 로봇. 결국 켄트맨슬리는 국방부에 연락하고 핵 항공모함과 전투기들이 출동한다. 로봇을 구하기 위한 호가스 휴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핵 항공모함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하게 된다. 위험에 처한 호가스 휴스를 구한 로봇은 핵미사일이 자기를 추적하게 되어 있는 것을 알고 우주로 날아간다. 우주에서 핵미사일과 로봇은 충돌하고 로봇은 “나는 총이 아냐, 슈퍼맨, 슈퍼맨…”하며 사라져간다.
단순히 10대들을 위한 로봇 만화 영화 같이 보이지만 전쟁과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이 깊은 영화다. 전쟁은 많은 것을 앗아간다. 소년의 우정과 로망마저 짓밟아 버리는 것이 바로 전쟁과 이데올로기다. 이 영화는 소년에게서는 슈퍼맨을 갖고 싶다는 순수한 로망을 느낄 수 있고 어른들에게는 전쟁과 이데올로기의 위험함을 반성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1960년대 ‘공산당이 싫어요’ 시대가 소년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방해했듯 지금 우리 시대가 ‘소년들에게 무엇을 강요하고 있지 않은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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