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걸이
<맨 처음으로 물건을 파는 일 또는 거기서 얻은 소득>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그날 처음으로 물건을 파는 일에 유난히 신경을 쓴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물건을 파는 판세로 그날 하루의 장사 운을 점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게 문을 열자마자 물건이 잘 팔린다면 그날의 장사 운도 좋을 것이지만, 가게 문을 연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손님이 없다면 그날 장사 운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인들은 처음으로 물건이 팔릴 때를 기다리며, “아직 마수걸이도 못했어.”, “언제 마수걸이나 할까.”와 같은 말로 초조한 마음을 달랜다.
여기서 말하는 ‘마수걸이’는 ‘맨 처음으로 물건을 파는 일’ 또는 ‘거기서 얻은 소득’을 가리킨다. 줄여서 ‘마수’라고도 한다. 한자어 ‘개시(開市)’와 의미가 같다.
맨 처음으로 물건을 산 손님을 특별히 ‘마수손님’이라고 한다. ‘마수손님’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장사 운이 결정된다고 보고, 그날 처음 찾아오는 손님에 대해서도 특별히 관심을 둔다.
함함하다
<털이 보드랍고 반지르르하다>
돼지 털이나 쥐 털은 거칠다. 그런데 소털이나 개털만 해도 부드럽다. 밍크나 여우의 털은 이들보다 더 부드럽다. 부드럽다 못해 반지르르하다. 귀부인이 입고 두르는 밍크코트와 여우 목도리만 보아도 그 부드러움의 정도를 알 수 있다.
이렇듯 털이 보드랍고 반지르르한 것을 ‘함함하다’라고 한다. 그리하여 “털이 함함한 강아지”라고 표현할 수 있다.
‘함함하다’를 이용한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라는 유명한 속담이 있다. 바늘같이 꼿꼿한 제 새끼의 털을 부드럽다고 마냥 옹호한다는 것이니, 자기 새끼의 나쁜 점은 인간이나 짐승이나 잘 보이지 않는 법인가 보다.
털이 부드럽고 반지르르하면 탐스럽게 보일 수 있다. 그래서 ‘함함하다’에 ‘소담스럽고 탐스럽다’라는 의미가 생겨난 것이다. “포도가 함함하게 열렸다”에 쓰인 ‘함함하다’가 그와 같은 의미로 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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