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01 격주간 제818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네 얼굴에서 나를 보다

"미래를 알고 싶다면 과거를 돌아봐라
欲知未來 先察已往(욕지미래 선찰이왕)
- 《명심보감(明心寶鑑)》 중에서"


몸과 마음을 단정하게 가다듬는 것을 ‘존덕성(尊德性)’이라 하고 바른 이치를 파악하기 위해 책을 읽고 연구하여 깨우침을 얻는 것을 ‘도문학(道問學)’이라고 한다. 유학(儒學)에서는 이 두 가지를 통해 공부하라고 말한다.
누군가 주자에게 물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그 중에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그러자 주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느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어느 한 가지를 버리면 나머지 하나가 너무 외로워져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게 된다. 두 가지가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균형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 무조건 5:5로 하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다. 나의 특징과 내 주변 환경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겨울에는 따뜻하게 하는 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하는 게 균형이다. ‘나’의 상황과 ‘지금 현재’의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그것을 출발점으로 ‘나’에서 ‘타인’으로, ‘지금 현재’에서 ‘미래’로 확장시키는 게 중요하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은 노력하면 가능하다. 아내를 보고 아들을 보고 부모님을 보면 거기에 내가 잊고 있던 나의 참 모습이 나타난다. 더 나아가 나와 관련이 없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도 찬찬히 살펴보면 또 거기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를 가다듬는 것에 도움이 된다.
문제는 ‘미래’다.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바라봐도 미래를 볼 수는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나오는 “미래를 알고 싶다면 과거를 돌아봐라(欲知未來 先察已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앞 창문이 막힌 자동차를 운전하여 앞으로 갈 때에는 무엇을 보면서 운전해야 할까. 룸미러를 보면서 운전해야 한다. 지나온 길을 보면서 앞으로 펼쳐질 길을 예측하는 것이다. 물론 속도는 줄여야 한다. 조심스럽게 하라는 가르침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어느 한쪽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이면 다른 쪽의 모든 사람들과 멀어지게 될 것이다(若聽一面說 便見相離別).”
이것 또한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나오는 말이다. ‘나’에게만 매몰되는 것도 아니며 ‘타인’에게 휩쓸리는 것도 아니다. 과거에 연연하는 것도 아니며 미래 예측에만 골몰하는 것도 아니다. 어제 내가 한 일의 결과가 오늘이라는 것을 안다면 내일도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오늘을 현명하게 살아가면 좋은 내일을 만날 수 있다. 타인에게 잘 대해주면 그들도 나에게 잘 대해준다.
“요즘 들어 생각해보니 내가 이제껏 너무나 연구에만 몰두하여 내 자신의 마음은 잘 돌보지 못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 잘못이 차라리 나 하나에게만 영향을 주었으면 그나마 다행스러운데 혹시나 내 주변 사람에게까지 나쁜 영향을 준 것은 아닌지를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책을 읽고 연구하는 것만이 학문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바르게 가다듬는 것도 학문이라는 사실을 잊고 지낸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심경부주(心經附註)’에 나오는 주자의 말이다. 맹자는 “위에서 좋아하면, 아래에서는 반드시 지나침이 있다(上有好者 下必有甚焉者).”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아랫사람들은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 그렇기에 윗사람이 좋아하는 게 있으면 앞뒤 살피지 않고 그쪽으로 모여든다.
‘차라리 나 하나에게만 영향을 주었으면 그나마 다행스러운데…’라는 주자의 고백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당신의 위치는 현재 어디인가. 위인가 아래인가. 위라면 더욱 조심하라. 아래라면 지나침이 없게 하라.
타인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하고 과거에서 미래를 발견하라.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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