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잘하는 사람, 상냥한 사람
灑掃應對(쇄소응대)
- 《소학(小學)》 중에서"
여러 옛날이야기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동일한 구성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물론 조금씩 차이는 존재하지만 많은 이야기들이 비슷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엄청나게 훌륭한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런데 정작 주인공 자신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초라하게 살아간다. 그러다가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고 그 능력을 더욱 크게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는 사이에 주인공을 방해하고 가로막는 사람도 나타나고 주인공을 도와주는 협력자도 나타난다. 여러 고난과 좌절을 겪은 후 주인공은 결국 성공을 거두게 된다.
수많은 전설과 민담이 이러한 형식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나 동양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세계 곳곳의 이야기들도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왜 이토록 유사한 구조가 지구 전체에 퍼져있는 것일까.
어떤 사람은 이러한 이야기가 인류의 진화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하지만 그것에 깊이 들어갈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러한 이야기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부분에 집중하면 어떨까. 첫 번째 부분은 ‘내가 얼마나 무한한 잠재능력을 지니고 있는가’에 대한 깨달음이다. 두 번째는 ‘열심히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는다’는 부분이다.
특히 두 번째 부분은 매우 드라마틱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여기에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겉으로 보면 나에게 도움을 주는 것처럼 보이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매우 매혹적인 제안으로 나를 유혹한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보면 위험에 빠진 나를 발견한다. 또 다른 사람은 나를 구박하는 사람이다. 나에게 관심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지도 않는다. 오히려 나를 억압하는 것처럼 보인다. 무술을 가르쳐달라고 했는데 청소나 빨래 등 하찮은 허드렛일만 시킨다. 화가 치민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벌컥 대들겠다고 마음먹고 있는데… 맙소사! 청소하고 빨래하는 가운데 나의 무술이 완성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러한 가르침을 담고 있는 유학(儒學)의 기본 교과서가 바로 ‘소학(小學)’이다. ‘소학(小學)’을 편집한 주자의 머리말을 읽어보자.
“‘소학’은 자신의 몸을 단정하게 하는 것은 물론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정돈하고 청소를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어울리는 방법과 예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담고 있다(小學敎人以灑掃應對進退之節). 이 모든 것은 스스로를 잘 가다듬어 집안을 바르게 만들고, 더 나아가 나라를 다스리고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모든 인간의 행위에 있어 기본이 되는 것들이다(皆所以爲修身齊家治國平天下之本).”
‘쇄소응대(灑掃應對)’는 마당에 물을 뿌려 청소하고 누군가 자신을 찾는 사람이 있으면 바로 대답하고 상대해주는 것을 뜻한다. 마당에 그냥 빗자루질을 하면 먼지가 날리고, 먼지가 날리면 오가는 사람들이 싫어한다. 청소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물을 뿌린다고 흥건히 뿌리는 것도 아니다. 적당히 먼지가 나지 않을 정도로만 뿌리고 청소해야 한다. 바쁠 때 누군가 나를 찾으면 귀찮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성의껏 대해줘야 한다. 이 모든 게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기초라고 주자는 강조하고 있다.
광복(光復) 70주년을 맞이했다. 나라를 빼앗겼다가 다시 찾았으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빛(光)을 되찾았다(復), 어둠 속에서 다시 빛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마냥 기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애초에 왜 빛을 빼앗겼는지 살피고 반성하는 것이 먼저다. 그런 후에 어떻게 하면 나라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공자는 ‘하학이상달(下學以上達)’이라고 말했다. ‘하학(下學)’을 통해 하늘 높은 곳까지 다다른다(上達), 일상을 바르게 하여 하늘의 이치를 깨닫는다. 애국을 말하기 전에, 나라의 발전을 말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과연 ‘쇄소응대(灑掃應對)’하고 있는가.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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