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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장은 별이 보이는 무덤같이 편안했다. |
별을 누워서 본 적이 있다. 오래 전 네팔 치뜨레 마을에 갔을 때였다. 한밤중에 화장실을 가려고 비몽사몽 방문을 열었는데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세상이 핑그르르 돌다 멈추었다. 그것은 별들의 소용돌이였다. 주먹만한 별들이 머리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인간의 시선은 별을 보게 설계 되어있지 않다는 걸. 목이 아파서 나는 맨땅에 누워 버렸다.
누워서 별을 보면 별이 가슴으로 들어온다. 수많은 별들 중 가장 아름다운 별은 하늘을 떠나 미지의 세계로 뛰어내리는 별똥별이다. 떨어지며 날개를 달고 어디론가 날아가는 별들! 그 별들 중 나를 향해 날아오는 별똥별을 보았다. 그 별은 분명 내게로 날아오고 있었다. 할 말이 있다는 듯. 그러나 내가 두 팔을 벌리는 순간 어둠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네팔의 밤은 몹시 추웠고 나는 덜덜 떨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날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무언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이상해 눈을 번쩍 떴다. 금빛 날개가 달린 커다란 나비 같은 것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슬픈 것 같기도 하고 기쁜 것 같기도 했다. “넌 누구니?” 내 말에 그 아이는 대답했다. “나는 별똥별이야. 나는 너를 만나려고 태어났단다. 너에게 오는데 수억 광년이 걸렸지.” 그러면서 금빛 날개를 활짝 폈다. 나는 놀라 그 날개를 바라보다 잠이 깼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은 누구나 자기 별이 하나씩 하늘에 있다고 믿었다. 나는 그렇게 네팔에서 내 별을 만났다.
나는 여름휴가를 가지 않는다. 차가 밀려 길이 막히는 게 싫어서다. 그러면서 가을에 가야지 하다가 가을도 놓치고 또 여름이 된다. 그렇게 십 년을 보내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무리 막혀도 떠나는 사람은 돛을 올리고, 남는 사람은 부두에 매여 있다는 걸. 그래서 며칠 전 강원도 산골로 휴가를 갔다. 그 집 마당엔 모기장이 있었는데 밤에 아무도 몰래 그 속에 들어가 누웠다. 모기장은 별이 보이는 무덤같이 편안했다. 밤하늘 가득 보석처럼 박혀 있는 별 사이로 풀벌레 울음이 눈물처럼 영롱하게 매달려 있었다. 나는 강렬한 존재감을 느꼈다. 그 순간 세상 모든 것은 광활한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나와 별, 그리고 풀벌레만이 오롯이 교신하고 있었다.
우주의 모든 물질은 가장 미세한 단위인 쿼크(quark)와 전자로 이루어지는데 이것은 너무나 미세해 ‘진동하는 에너지파’로만 감지된다고 한다. 진동한다는 건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전파를 보내는 일이다. 깊은 밤 모기장 속에 누워 있는 나도 별처럼 깜박이는 모스부호인지도 모른다. 나의 신호를 해독해 줄 사람을 찾아 억겁의 세월을 거쳐 여기에 왔는지도 모른다.
어둠이 짙을수록 별은 더 반짝인다. 저만치 유성 하나가 ‘휘익!’ 휘파람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나는 그 순간 네팔에서 만났던 날개 달린 나의 별똥별을 기억해 냈다. 그리고 지금 울고 있는 풀벌레의 작은 날개를 떠올렸다. 저 풀벌레도 어쩌면 수억 광년을 지구로 날아온 별똥별인지도 모른다. 나는 풀벌레가 울고 있는 어둠을 향해 말을 걸었다. “얘야 너는 누굴 찾아 여기에 왔니?” 〈김금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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