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이 발전을 낳는다
困之進人(곤지진인)
- 《정몽(正蒙》 중에서"
어렵고 힘든 일을 만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결코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깊은 산속에 들어가 혼자 어두운 움막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고 하더라도 위기는 찾아온다. 누가 곁에서 싸움을 걸어오는 경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갈등을 겪는다.
혼자 조용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찾아온다는 뜻은 무엇인가.
어렵고 힘든 일을 만나는 것, 갈등을 겪는 것은 결코 남의 탓이 아니라는 의미다. 환경의 탓도 아니다.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다. 내가 낳은 자식이다. 그러므로 위기 극복, 갈등 해소의 열쇠도 내가 쥐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위기가 기회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가 쉽게 마음에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저 어쭙잖은 제3자의 위로처럼 느껴질 뿐이다. 가장 좋은 것은 특별한 위기를 겪지 않고 평탄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정말 그럴까?
날이 밝았다가 어두워지고 겨울이 지나 봄이 오는 것, 모든 변화는 위기다. 추운 겨울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는데, 그래서 이제 조금 견딜만한데, 겨울이 떠나간다. 새로운 계절에 적응해야 한다. 이것은 위기다. 누군가를 만나 어렵사리 친해졌는데, 사랑하게 되었는데, 헤어지게 된다. 위기다.
정리하자면 위기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나의 자세를 말한다. 상황 자체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나의 감각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가, 같은 상황을 ‘위기’ 혹은 ‘기회’로 만든다.
변화가 없는 상황은 없다. 아버지의 정자와 어머니의 난자가 만나 어머니의 자궁 속에 안착하는 순간부터 엄청난 변화는 시작된다. 태아가 변화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폭풍 같은 변화를 통해 성장한다. 새 생명은 엄청난 변화에 적응하며 성장한다. 위기 극복의 과정이 바로 성장이다.
“계속 새로워져야 한다. 편안함에 안주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발전이 없다. 마음에 벽을 쌓아 다른 것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그저 혼자만의 생각 속에 있는 사람은 움직임이 없어 편안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그것은 막혀 있다는 뜻이다. 오히려 소멸해가는 과정이다. 죽어가는 과정이다. 아파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려 있는 사람은 세상의 기운과 이치를 느끼며 자기 자신과의 부조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것은 매우 불편한 것이고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어려움이 발전을 낳는다(困之進人). 맹자가 ‘사람의 인격이 높아지고 지혜가 넓어지며 기술과 지식이 쌓이는 때는 언제인가? 어려운 지경에 처했을 때 그렇게 된다(人有德慧術智者, 常存乎疾).’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 송나라의 학자 장재(張載)가 남긴 ‘정몽(正蒙)’에 나오는 글이다. ‘정몽(正蒙)’이란 몽매(蒙昧)한 것을 정정(訂正)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반성과 성찰이다. 나의 습관을 점검하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해결할 열쇠 구멍에 나의 몸과 마음을 맞추어가야 한다.
잠긴 문을 만난 것은 막힌 게 아니다. 문을 열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반성과 성찰로 열쇠 구멍의 위치를 파악하자.
그리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열쇠 구멍에 맞추자. 그리고 전진. ‘찰칵’, 잠긴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이 만능열쇠임을 잊지 말자.
고집하면 안 된다. 이전의 나를 고집하며 나와 다른 열쇠 구멍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 변명하지 말고 핑계대지 말자. 여름이 되었는데 두꺼운 외투를 입고 덥다고 불평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점검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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