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나를 변화시키지 못한다, 다만 내가 스스로 변화할 뿐
이 종 완 지도교사(강릉문성고등학교4-H회)
세상에는 세상을 보는 시각이 있다. 보편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일들과 나만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일들이 늘 같지는 않다. 그것이 개인적인 성향에서 비롯된 편향성을 띠더라도 모든 일과 사물을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생각과 관점으로 바라보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을 하고 책을 읽는 일도 그와 같아서 똑같은 책을 보고도 모두가 같은 감동과 같은 느낌을 가질 수는 없다. 그래서 나만의 생각과 글 읽기와 감상법이 생기는데 책을 읽은 뒤에 간단하게라도 정확하게 나의 느낌을 적어두고 정리해 보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늘 바쁘고 여유 없이 스쳐지나가는 일상에서 때론 내게 주어진 것들에 길들여져 그저 하루하루를 보내며 살아가는 것을 우리는 인생에 최선을 다했다고 자위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늦었지만 지금 이 순간 새롭게 오래된 꿈을 향해 걸어갈 수는 없는가? 이런 생각을 하며 의식주 중에서 가장 달콤함과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먹는 것에 관한 그리고 열정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이야기하는 ‘뉴욕 레시피’란 책을 선택해 보았다.
삶이 열정으로 설렌다면 우리는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서야한다. 삶이 정해준 순서에 따라 코스를 밟듯이 스펙을 쌓고 현실 속의 내 삶을 살아간다면 향기 그윽한 시간은 과연 내 인생에서 얼마나 될까? 꿈과 열정을 갖고 몰입하여 살아가는 시간을 우리 생에서 얼마나 가질 수 있을까?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살아있음을 기쁘게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새로운 결단을 갖고 시작을 하지만 현실에서 가진 것들을 모두 버리고 미국 뉴욕의 ‘the CIA’라는 요리학교에 입학하여 겪게 되는 용광로 속과 같은 격정적인 변화와 일들. 온스, 파운드. 화씨 등 기본적인 계량의 단위와 음식의 감각 그리고 모든 고정관념의 틀을 새롭게 바꾸어나가는 일들을 겪으며 때론 흔들리기도 하고 타협하고 싶어 하기도 하지만 조금 느리게 조금 힘들게 남들이 흔히 걷지 않는 그 언덕길을 걸어가는 사람의 흔적을 한번 따라가 보면서 더욱 단단해져 가는 열정을 느끼며 공유하는 일도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너무나 간단한 것도 쉽게 여기고 여유롭게 생각하면 늘 탈이 생기는 법. 감각만을 믿지 않고 모든 것을 하나하나 확인해 나가면서도 때론 실수하고 음식의 깊은 맛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힘겨운 한 걸음 한 걸음은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했지만 멈출 수 없는 인생의 행복을 느끼게 한다. 수없이 많은 레시피들과 실습으로 얻어진 음식에 대한 새로운 철학, 모든 상상력을 동원하여 의문점을 해결하고 여러 가지 양념과 조리법 등 새로운 변화를 위한 끊임없는 생각과 문헌을 찾고 실습하며 발로 뛰고 행동을 교수들에게 보여 주면서 만들어낸 기회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동안 들인 노력과 오랜 시간을 통하여 스스로 검증해낸 조화를 이루는 맛을 실습의 현장에 내보내는 경험들의 축적이 빛을 발하며 두려움 없이 모든 코스 요리를 소화해 내는 성취감을 맛보며 환상이 아닌 현실을 살아가며 오늘도 상상만큼 부드럽고 맛있는 저녁과 산뜻하고 부드러운 와인 한 잔과 자스민차의 향기에 젖는다.
지나간 614일의 학교 수업을 마치며 생각해 본다. 왜 다시 ‘the CIA’라는 요리학교에 왔을까? 한국의 유명 대학 조리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일류 셰프가 함께 일을 하자고 하는 제안도 거절하고 서른이 넘은 나이에 선택한 일이 지금 생각해도 옳은 일이었을까? 수 없이 많은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난 학교를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접하기 위해, 내가 익숙하지 않은 나라에서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와 생활을 배워 내 삶의 시야를 넓히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the CIA’이기에 때문에 엄청난 요리기술을 배울 것이고, 대단한 셰프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것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공간과 시간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 많은 것들을 얻기를 바랐을 뿐이다. 아직도 내 몸과 마음속에 미래에 대한 갈증이 채워지지 않았고 새롭게 일어날 일에 대한 흥미로 가득 차 있기에 무엇을 하든 향기롭고 맛있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걸어간다.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은.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것은 우리 4-H인들이 열정으로 설레는 심장이 아직도 뛰고 있다면 불확실한 미래에 몸을 던지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아무리 늦은 시점이라 할지라도. 〈이준 지음 / 청어람 펴냄 / 1만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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