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15 격주간 제809호>
[제14회 전국4-H회원 사이버백일장 금상 수상작] 보물 보따리 속으로 풍덩 빠지다

유 수 진 회원(전북 진안 마령중학교4-H회)

이른 새벽 해가 산을 넘어 어두운 하늘을 밝힐 때이면 마당 옆 조그만 닭장에서 수탉도 아침을 맞이한다. 새벽 아침을 깨우는 알람도 있지만 진정 시골의 아침을 맞이하는 것은 수탉의 우렁찬 울음소리이다. 내가 사는 마령은 진안에 속해 있는 면이다. 진안은 청정지역으로 유명해 많은 사람들이 진안을 찾아온다.
우리 가족도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 진안으로 귀농을 왔다. 벌써 마령으로 이사 온지도 4년째이다.
동네와 떨어진 곳에 살다보니 동네까지 산길을 걸어 15분 동안 내려가야 한다. 등하교를 하면서 산길에서 많을 것을 보고 듣고 배운다. 산길에는 밤나무가 많은데 지금은 밤꽃이 피어서 길을 지나갈 때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럼 피운다. 밤꽃 향이 그렇게 달콤한지 몰랐다. 요즘은 학교를 끝나고 돌아오면서 오디를 따 먹는다. 어느 날 길바닥을 보니 까맣게 오디들이 떨어져있어 나무를 보니 큰 뽕나무에 오디가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탐스럽게 열려있는 오디들을 보고 안 따먹을 수가 없었다. 오디도 열리지만 산딸기도 지금 열린다. 산딸기는 아빠가 따다주셔서 처음으로 먹게 되었다. 산딸기는 오디와 다르게 상큼하고 달다. 처음 먹어본 뒤로 반하여서 이 시기만 되면 찾아서 따먹는다.
산길에서는 열매들뿐만이 아니라 동물들도 많다. 길을 걷다가 옆에서 바스락 소리가 나면 다람쥐가 사람 인기척에 놀라 산으로 도망가는 소리이다. 어느 날은 나무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풀숲 속에 숨어 있기도 한다. 다람쥐처럼 귀여운 동물만 있으면 좋겠지만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 동물들도 있다. 길을 걷고 있다가 바닥을 보면 소리 없이 지나가는 뱀도 있고 갑자기 풀숲에서 튀어나오는 두꺼비, 개구리 등 여러 동물들이 있다. 조금 큰 동물들도 볼 수 있다. 고라니 가족들을 보기도 하고 밤에는 울음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시골에 와서 우리는 장을 보러 가는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엄마가 장을 가실 때에는 고기나 생선을 사러 가는 경우이다. 식사 상에 오르는 채소는 직접 텃밭을 가꿔서 먹기 때문이다. 텃밭에서 키우는 채소들을 파는 것들과는 급이 다르다. 텃밭의 채소들을 농약을 하지 않은 무농약으로 키우고 있다. 풀이 나면 직접 뽑아주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 모두 식구들의 손을 거친다. 시중에 파는 채소들에 비해 모양도 안 예쁘고 벌레들이 조금 갉아먹기도 하였지만 맛은 어느 채소들에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텃밭의 양식을 노리는 큰 적이 있다. 그건 바로 닭들이다. 닭을 키우게 된 이유는 달걀을 얻기 위해 키우게 되었다. 전주에서 살 때는 집에서 바로 낳은 달걀을 먹는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하였는데 이제는 매일 일상이 되었다.
우리가 진안으로 이사 오지 않고 아직도 전주에서 살고 있었더라면 위에 써진 모든 것을 할 수 없고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에 이사와 시골에서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시골로 가족들과 이사 온 것에 대해 감사하고 시골의 생활을 진정으로 즐기고 있다.
어느 누구 보다도 깨끗한 공기, 맑은 물, 신선한 채소와 과일 등을 가까이서 마시고 먹고 즐기고 이 모든 것이 내가 시골, 진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누릴 수 있고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골은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내어주고 알려주는 신기한 보물 보따리 같은 곳이다. 풀면 풀수록 계속 신기하고 많은 것들을 내주어 속이 더 궁금해지고 끝을 알 수 없는 곳, 이것이 바로 시골의 가장 큰 매력이다.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이 시골을 찾아와 시골의 매력에 풍덩 빠져 헤어 나올 수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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