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01 격주간 제806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숨을 쉬는 것처럼 부드럽게

"굳이 멀리 가지 말라, 네 마음속에 있으니
非高亦非遠 都只在人心(비고역비원 도지재인심)
- 《명심보감(明心寶鑑)》 중에서"


누구나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그러나 모두가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성공하는 사람도 그리 흔하지 않다. 왜 그럴까?
혹시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이 있는 것일까? 멋진 삶, 성공적인 삶을 위한 비법이 따로 있는 것일까?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정해진 운명이 어떤지 점을 쳐보기도 하고,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헤매기도 한다.
유학(儒學)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정답은 ‘중용(中庸)’의 첫 머리에 나온다.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 그것이다. 직역하면 “모든 사람은 천명(天命)을 타고 태어난다.” 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천명(天命)’은 무엇인가. 하늘의 명령이다. 하늘의 명령? 우주 전체가 만들어진 원리라고 하면 적당하리라. 우주 탄생의 신비로운 DNA를 타고 태어났다는 뜻이다. 이 얼마나 크나큰 자신감인가.
이미 그 DNA를 지니고 태어났으니 다른 곳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그 DNA가 하라고 지시하는 것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면 된다.
그런데 왜 실패하는 사람이 생기는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니고 태어난 DNA 속에는 선량한 양심과 서로 소통하기 위해 양보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봐주는 열린 마음만 있는 게 아니다. 음식에 대한 욕망, 이성에 대한 욕망, 편히 쉬고 싶은 욕망도 들어 있다. 그런데 이를 적절히 조화롭게 운용하지 못하면 그 흐름이 흐트러지고 만다. 흐트러지면 엉뚱한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
엉뚱한 곳으로 이미 갔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초심으로 돌아가면 된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나오는 ‘소옹(邵雍)’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천지자연은 고요하고 말이 없으니 들을 수 없으며, 끝없이 넓고 푸르른 하늘이기에 찾아가려고 해도 막막할 뿐이다. 그런데 어떻게 천지자연의 이치, 천명(天命)을 알 수 있을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 저 멀리 있는 것도 아니요, 저 높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바로 내 마음속에 있다.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天聽寂無音 蒼蒼何處尋 非高亦非遠 都只在人心).”
언제나 직선으로 갈 수는 없다. 누구나 조금씩 흔들리고 조금씩 방황하게 된다.
그렇다고 자책하거나‘난 엉망이야’라고 스스로를 괴롭힐 필요는 없다. 세상도 그렇지 않은가. 아침이 되었다가 다시 밤이 되고, 추워졌다가 더워지기를 반복하지 않는가. 그렇게 하면 된다. 조금 어긋났다면 반성하고 바른 길로 돌아오면 된다. 자신을 믿어야 한다. 스스로의 DNA를 신뢰해야 한다.
송나라의 학자 ‘주자’는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이 숨을 쉬는 것을 생각해보라. 한번 들이마시고 한번 내쉰다. 이것이 계속 이어진다. 한번 들이마신 후 내쉬지 않는 것은 억지이며 불가능하다. 마시고 내쉬는 게 계속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생명이 유지된다. 만약 흐트러졌다면 마치 병에 걸린 사람이 몸을 다스리는 것처럼 해야 한다.
병에 걸린 사람이 갑자기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순서에 따라 약을 복용하고 치료를 받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 정도에 도달해야 약을 먹고 치료받는 것을 중단할 수 있다. 약 한번 먹어 하루아침에 효과를 보겠다고 덤비는 것은 우매한 일이다.”
스스로를 믿고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스승들이 말해주는 가르침은 언제나 평범하고 소소한 것임을 잊지 말자.
과한 것은 덜어내고 모자란 것은 채우는, 한 번에 다 이루려 하지 말고 차근차근히….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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