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15 격주간 제650호>
< Cinema&Video > 미스 리틀 선샤인

‘사랑스런 콩가루 집안’

‘가족의 탄생’으로 시작됐던 작년 가족 영화는 ‘괴물’을 거쳐서 ‘좋지 아니한 家’로 이어 졌다. IMF와 경제난에서 시작된 가족의 해체와 맞물린 결과물인 듯싶다. 2006년 말 미국에서도 그런 영화 한편이 들어왔다. 바로 200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은 ‘미스 리틀 선샤인’이다. 뿔뿔이 흩어지려고만 하는 현대 가족의 모습을 벗어날 수 없는 굴레로 슬픈 듯 웃긴 듯 표현하고 있다.
콩가루 집안이란 어떤 것인가? 성공학을 강의하지만 성공하지 못한 아버지, 헤로인을 복용해 양로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 전투기 조종사가 될 때까지 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아들, 프루스트 연구의 일인자지만 남자친구를 잃고 자살을 하려고 하는 게이인 삼촌, 이런 가족을 혼자 부양하는 어머니, 그리고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준비 중인 7살 막내딸. 이 정도면 콩가루 집안이라 부르기에 충분한 듯싶다.
‘미스 리틀 선샤인’은 5명의 가족이 고물차를 몰고 막내딸의 미인대회출전을 위한 여정으로 시작한다. 그들이 탄 차는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크러치가 고장이 나고 모든 가족들이 차를 밀어야만 다시 시동이 걸리는 상황이 된다. 5명의 가족이 처음으로 의기투합한다. 그런데 그 여정 중에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절대 실패할 수 없는 9단계 성공비법을 다룬 책의 출판이 좌절되며, 아들은 자신이 색맹이라서 전투기 조종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삼촌은 자신이 프루스트 일인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참으로 참혹한 일이 동시에 모든 가족들에게 일어난다. 각자의 시련에 고통 받은 가족들이 한번에 눈이 맞은 곳은 바로 막내딸의 ‘미스 리틀 선샤인’ 최종 목적지이다. 위기 속에 빛을 발하듯 가족들은 처음으로 뜻을 맞추며 막내딸을 대회에 출전시키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다른 출전자에 비해 막내딸 역시 부족할 뿐이다. 몸매도, 춤도, 의상도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창피해보인다. 장기자랑을 앞두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막내딸은 출전을 강행한다. 그런데 7살 막내딸이 장기자랑에서 보여주는 것은 할아버지가 가르쳐준 스트립쇼다. 진행자와 관중들이 모두 당황하고 있을 때 우리의 콩가루 집안은 박수를 쳐주고 환호해주며 영화는 끝난다.
가족이란 이런 것 아닐까? 장점만 보여주기엔 너무나 복잡한 세상, 우리의 단점을 안아주고 감싸줄 수 있는 포근한 안식처란 생각이 든다. 참혹한 하루의 힘겨움을 다시 북돋아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족을 우리는 더욱 사랑해야한다. ‘미스 리틀 선샤인’처럼.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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