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01 격주간 제802호>
[4-H강단] 나의 삶과 경영을 이끈 4-H ②
적성을 발견하고 극대화해 공동체에 기여하는
세계시민 길러내는 일이 우리 4-H에 주어진 과제


■ 4-H는 나에게 무엇이었나?

김홍국 회장
하림그룹
회사가 성장 발전하는 동안 나도 자랐고 국내외 경제사회적 여건들이 부단히 변했지만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곧 4-H이념이다.
4-H이념은 근면, 실행, 솔선수범, 검소, 약속, 책임감, 자율, 습관, 배려, 용기, 질서, 건강, 감정조절, 스트레스 관리 등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덕목과 지혜를 다 담고 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가치와 자산들이자 기업경영에 필요한 요소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4-H 가치들이 오늘날 나의 인생철학을 지배하고 경영의 길잡이가 되고 있다.
4-H의 지(智, Head)는 스스로의 적성을 알아내고 그 적성에 맞는 일을 선택하여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발전시켜 나아가는 지혜로움을 말한다.
보통 사람들은 남들이 좋다고 여기는 일, 돈과 지위를 보장받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인정받는 직업을 소망하며 그러한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유혹과 욕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이른바 은사(spiritual gift), 즉 타고난 저마다의 적성이 있다. 선택한 직업이 적성에 맞지 않으면 성취도 없고 즐거움도 없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 일은 노고가 아니라 즐거운 놀이가 된다.
4-H의 덕(德, Heart)은 곧 나와 남을 위한 마음가짐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긍정적 사고와 인내다. 인류의 역사는 긍정적 생각을 가진 이들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 기회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부정적 생각을 가진 이들은 기회 자체를 거부해 버린다.
그리고 인내는 마음가짐의 바탕이다. 목표를 이루려면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강하다는 것도 참아내는 힘을 말한다. 사랑조차도 오래 참는 일이다.
4-H의 노(勞, Hands)는 생활에 필요한 기술이나 직업, 혹은 전문성을 말한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얘기가 있듯이 자신의 일을 찾아 열심히 하는 것은 세상에 태어난 이들의 소명이다.
노(勞)의 본질은 습관화된 실행력이다. 꿈과 비전이 제아무리 구체적이라 하더라도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열매가 없다.
특히 기업경영에서 실행력은 그 어떤 요소보다 중요하다. 습관화 된 실행이야말로 개인과 조직 역량의 바탕이며 경쟁력의 핵심이다.
4-H의 체(體, Health)는 몸과 마음의 건강함을 말하는데 근면과 규칙적인 생활태도가 바탕이다. 이것을 통해 자신의 몸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하며 예컨대 청소년들에게 과도한 비만은 잘 억제되어야 한다.
특히 리더들은 격렬하고 불규칙한 업무와 무수한 의사결정에 따른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청소년 시절부터 근면함과 규칙적인 생활태도를 갖는다는 것은 리더로서 필요한 자질을 연마하는 일이다.

■ 4-H정신과 기업경영

 
학창시절, 축산과 원예를 직접 하면서 그 경험을 4-H경진대회에서 발표했기 때문에 상을 자주 받았다. 당시에는 부상이 자전거였다.
나는 스스로에게는 물론, 하림그룹에서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 ‘안전지대를 떠나라’는 주문을 건다. ‘끝없는 도전과 개선’이 하림그룹 임직원들이 추구하는 ‘하림인의 정신’이다.
인생이 어느 한 곳에 머무를 수 없으며 어디론가를 향해 가야 한다면 방황하지 않도록 목표를 정해야 한다. 그 목표는 현재보다 높은 곳에 자리잡아야 하며, 지나치게 높지 않아 지치지 않고 오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인생이란 완만한 경사길을 궁리하며 쉬지 않고 오르는 존재’ 즉 ‘인생은 업그레드(Upgrade)’라는 게 나의 인생철학이다.
나는 또 경영의 철학을 ‘단순함을 추구하라’는 구절로 집약했다. 단순함은 정교함 즉 전문성이 최고수준에 이르러야 드러난다. 목표를 향해 머뭇거리지 않는 전진, 군더더기 없는 실행, 프로세스의 간결함 등이 하림그룹이 추구하는 단순함의 경지다.
이러한 나의 인생철학과 경영철학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주저 없이 4-H정신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항상 기본을 생각하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윤리적 덕목과 4-H의 이념은 잘 연결되어 있다. 예컨대 부지런하기(근면), 스스로 하기(자율), 아껴쓰기(검소), 거짓말하지 않기(정직), 약속 지키기(신뢰), 질서 지키기(참여), 즐거운 우리집(사랑), 정다운 이웃(배려) 등등의 기본만 제대로 실천하면 인생에서도, 사업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 4-H는 청소년의 리더십

4-H를 농촌 청소년의 계몽운동이나 농업·농촌개발 운동으로 여기는 것은 낡은 생각이다. 4-H이념은 과거와 현재, 미래, 농업과 농촌을 떠나 모든 시대의 청소년들이 배워야 할 기본 가치들이며 나라와 민족을 가리지 않고 세계의 청소년들이 몸과 마음에 새겨야 할 진리다. 즉 미래세계를 이끌어 가는데 필요한 리더십, 그 자체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현대사회의 각종 병리현상에 무분별하게 노출되어 있다.
마음과 몸을 가꾸며 이웃에 봉사하고 인류의 발전에 대한 큰 비전을 꿈꾸기보다 눈앞의 이해에 일희일비하며 현실의 쾌락을 추구하고 있는 듯 하다. 집단 따돌림으로 남을 괴롭히면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행동으로 공동체의 질서를 무시하거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비만과 같은 질병을 자초하는 경우도 많다.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국가간의 폐쇄된 시장이 다 열리고 세계 시민들이 자유롭게 교류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현실에서는 선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타인을 배려하고 지구촌의 건강한 생태환경을 유지시켜 가는 지혜와 행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고 극대화하여 공동체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4-H운동은 농촌 청소년의 계몽과 농업농촌 개발 운동에서 벗어나 사회의 안녕과 인류의 평화를 위해 건실한 세계 시민 기르기 운동으로 확대돼야 한다. 〈끝〉

대형화재가 발생하는 여러 차례 큰 위기를 맞았지만 4-H에서 배운 긍정적 사고와 인내심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사진 왼쪽이 화재 당시 모습이며 오른쪽이 재건된 현재의 공장 전경).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4-H다이어리
다음기사   4-H운동, 청소년 후계인력 육성에 집중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