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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바람꽃은 대개 이른 봄에 꽃을 피워 번식을 마치고 한여름에는 휴면기에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
온 산이 흰 눈에 덮이고 매운바람이 몰아쳐도 2월의 땅속엔 뭇 생명이 머지않아 찾아올 봄 맞을 채비에 분주하다.
지난 2월 중순에 전남 여수의 향일암 부근에서 변산바람꽃이 올해 처음 개화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변산바람꽃은, 대개 이른 봄에 꽃을 피워 번식을 마치고 주변 나무나 풀들의 잎이 나오기 전에 광합성 작용을 빌어 덩이뿌리에 영양분을 가득 저장하고 한여름에는 휴면기에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변산바람꽃은 꽃의 형태가 특이하다. 꽃잎처럼 보이는 하얀색의 우산모양의 잎 5장은 꽃받침이고 꽃술 주변을 둘러싼 깔때기 모양 기관 10개 안팎이 퇴화한 꽃잎이다. 꽃술 중에 연두색을 띠는 것은 암술이고 보라색은 수술이다.
이 꽃은 땅속 덩이뿌리 맨 위에서 줄기와 꽃받침이 나온다. 꽃받침은 길이가 3~5㎝, 너비가 1~3㎝이다. 처음에는 꽃받침 끝이 위로 향하다가 차츰 밑으로 처지면서 느슨하게 허리를 뒤로 젖히는 듯한 모습으로 바뀐다. 열매는 4~5월에 갈색으로 달린다.
아네모네속(屬)의 바람꽃들은 너도바람꽃, 꽃대 하나에 여러 송이가 달리는 만주바람꽃, 비교적 꽃이 큰 꿩의바람꽃, 꽃대에 한 송이만 피는 홀아비바람꽃, 꽃이 노란 회리바람꽃, 8월에 설악산에서 피는 그냥 바람꽃까지 우리나라에 10여종이 있는데 이중 변산바람꽃이 제일 예뻐 ‘미스 바람꽃’으로 불린다.
◇ 자생지와 분포
변산반도를 비롯해 제주도와 거제도, 돌산도, 마이산, 지리산, 설악산 등지에 자생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경기 군포의 수리산, 안산의 풍도에서도 발견되는데 풍도 것은 따로 풍도바람꽃으로 일부에서는 불러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산속의 낙엽수림 가장자리에 자란다. 다년생으로 햇볕이 잘 드는 습윤한 곳에서 자리를 잡는다. 너도바람꽃 등의 유사종은 서울 부근과 충북의 월악산, 군자산 그리고 경북의 문경군에서도 자생이 확인됐다.
◇ 재배와 번식
변산바람꽃은 2~3월에 꽃망울을 터뜨리기 때문에 쉽게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산채를 해도 한해를 넘기지 못하므로 함부로 캐서는 안 된다. 따라서 어린 종묘부터 키워야 한다. 5~6월에 결실이 되면 종자를 바로 화단에 뿌리거나 종자를 종이에 싸서 냉장보관 하였다가 이듬해 봄에 뿌린다. 또 해마다 큰 구근 옆에 붙은 어린구근을 이른 봄 싹이 올라오기 전에 분리하여 심는다.
다소 깊은 분에 왕모래를 깔고 마사에 부엽토를 7:3정도로 혼합해 심는다. 이때 녹소토(시중 야생화전문점에서 구할 수 있음)를 약간 섞어도 좋다.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키워야 하며 잎이 작기 때문에 물은 다른 식물체보다 적게 준다. 여름엔 잎이 지상부에서 없어지기 때문에 관리에 소홀할 수 있으나 지속적인 물주기는 필수다.
◇ 이 용
정원이나 화단의 앞쪽에 심으면 군락을 이뤄 보기가 좋다. 최근 야생화의 수요가 늘어 분화재배를 하면 큰 인기를 얻을 수 있겠으나 개체수가 적고 희귀하다. 분화로 만들어 감상하도록 한다. 희귀종이라서 가격도 비싸지만 구하기도 힘들다.
〈김창환 / 전 한국4-H본부 국장, 야생화 농원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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