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읽는 우리 새 이야기
이 종 무 지도교사 (울산 홍명고등학교4-H회)
런던 하이드파크(HYDE PARK)에 가보셨나요? 저는 못 가봤습니다만 모 신문사 칼럼이 생각났습니다. 공원에 놀러온 사람들과 백조 무리들이 섞여 노니는 평화로운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 새들은 왜 도망갈까 하며 부러워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부러워만 했지 새들과 함께 공생 공존하는 노력을 게을리했습니다. 전쟁, 기아, 경제개발 등 여러 환경 요인도 있었지만 새들이 사람을 무서워했다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왜 새들이 사람을 무서워할까요? 이유야 간단하겠지만 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를 상상하며 이 책을 읽으면 이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반려견, 반려식물 하듯이 새도 인간의 반려동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건강에 좋다고 남획하거나 전근대적 사고에 의한 구분이 점차 사라지면서 자연과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까마귀를 들 수 있는데, 겉이 검다 해서 예로부터 불길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리처드라는 소년이 옥수수 밭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사람의 수를 까마귀가 다섯까지 셀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입증하였습니다. 또한 TV에서 봤는데 어떤 분이 등산로에서 산새에게 모이는 주는데 전혀 두려움 없이 손바닥 위의 모이를 먹는 새들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날아오는 것이겠죠. 사람도 새와 친밀감을 쌓으면 당연히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새는 전 세계에 2만7000종 이상이 있다고 합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새에게 관심을 가졌을 것이고 때로는 새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전송구라고 해서 비둘기를 이용해 편지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고, 매를 이용하여 꿩을 사냥하는 경우도 있으며, 가마우지를 활용해 고기를 잡기도 합니다. 또한 원앙이 수가 놓인 베개를 만들어 부부 금슬을 표현하거나 전통 결혼식에서 기러기 조각을 상에 놓고 절을 하는 전안례(奠雁禮) 등 우리 생활 속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몰랐거나 평소 생각해보지 못한 경우도 상세히 알 수 있습니다. 까마귀를 효조(孝鳥)라고 하는데 실은 새끼가 다 크면 어미 새와 빛깔이 거의 같아 구분이 안 되어 사람들이 착각한 경우이며, 일본에서는 행운의 새로 인식한다고 합니다. 반면 까치는 영문학에서 불길한 새로 취급하는데 흑백 양면의 색을 가지고 있어 이중성을 나타낸다고 믿는가 봅니다. 비둘기는 시속 80~100km의 속도로 서울, 부산 간을 4~5시간 만에 소식을 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갈매기는 대부분이 철새이고 괭이갈매기와 쇠제비갈매기만 텃새라고 합니다. 가을 하늘 북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는 맨 앞에서 나는 놈이 대장이 아니라고 합니다. 기러기 무리는 우두머리가 없다고 합니다. 부부의 다정함은 원앙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유전자 조사를 해보면 약 40%정도는 친자식이 아니라고 합니다. 독수리가 아이를 낚아채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며, 매는 가장 빨리 나는 새로 평소 시속 60km, 사냥 때는 시속 300km 이상을 난다고 합니다. 낙산사에 나타난 파랑새는 사실은 바다지빠귀라는 새이고, 가요 ‘짝사랑’에 나오는 으악새는 억새풀이 아니라 왜가리의 함경도 방언이라는 것과 박새와 동박새는 종종 물에 빠져 죽는다는 사실. 두루미는 소나무뿐만 아니라 나무에 전혀 앉지 않는다는 것과 학은 체온 손실을 막기 위해 한 다리로 서 있다고 합니다.
이 모두는 저자가 평생 새를 관찰하고 키운 경험을 기록한 것이어서 상당히 신뢰가 가는 내용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또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그림을 넣어 어떤 새인지 금방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두루 갖춘 장점이 있는 책입니다. 새와 관련된 습성은 물론 속담, 전설 등 생활 속 이야기도 구수하게 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평소 잘못 알고 있는 새에 대한 상식이나 편견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내용을 서술하였습니다.
간혹 학생들과 학교 텃밭에서 김을 매거나 작업을 하고 있으면 근처 숲이나 나무에서 새들이 지저귑니다. 그러면 학생들에게 “새가 우리보고 뭐하니? 라고 묻는 거니까 빨리 답을 해라”하면 아이들은 의아해합니다. 새가 그냥 지저귀는 것 같지만 나름 이유가 다 있습니다. 예전 어머니께서 해주신 말씀인데 그때는 학생들처럼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새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김을 매다가도 대답을 해주기도 합니다. “김맨다”하고 소리하면 새도 “힘드니까 쉬엄쉬엄해” 라고 대답합니다. 한 번 해 보세요. 참 재미있습니다. 그렇게 새하고 얘기하다보면 반나절 금방 갑니다. 학생들은 우스워 죽습니다. 지난 여름, 가을이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우용태 지음 / 추수밭 펴냄 /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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