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01 격주간 제796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새해 계획을 세우는 법
"항상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에는 잠을 자라
常須夙興夜寐(상수숙흥야매)
- 《격몽요결(擊蒙要訣)》 중에서"


새해가 되면 누구나 새로운 다짐을 하게 마련이다. 단순히 마음을 가다듬는 것에만 머무는 것도 아니다.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겠다고 경치 좋은 산 정상에 오르거나 바닷가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다짐을 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물론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면 이상스럽게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희열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은 참으로 묘한 느낌이다.
바로 어제의 해와 오늘 떠오르는 해 사이의 차이점은 별로 없는 듯 보이는데 왜 특별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일까.
해는 그대로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어제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흔히 세월을 강물이나 화살에 비유하곤 한다. 쉼 없이 흘러가는 모습과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에 빗댄 말일 것이다. 그러나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바꿔보면 시간의 모습도 다르게 보인다. 시간은 가만히 있고 내가 움직인다고 보면 어떨까.
미래는 가만히 서 있는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만히 서 있는 미래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면? 그렇게 되면 시간은 나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게 된다.
오늘의 삶은 새롭게 주어지는 게 아니라 어제의 내 삶이 나에게 쓴 편지다. 마찬가지로 내일 펼쳐질 내 삶은 오늘 내가 써서 보낸 편지가 된다. 어제의 결과가 오늘이고, 오늘의 결과가 내일이라는 뜻이다.
결국 미래는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새해도 마찬가지다. 아주 새로운 그 무엇이 아니라 지난해에 내가 한 행동과 말의 결과일 뿐이다.
율곡은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젊은이들을 위해 ‘격몽요결(擊蒙要訣)’을 썼다. 그런데 거기서 그가 강조한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항상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에는 잠자리에 들어라(常須夙興夜寐).”
특별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일상을 주문한다. 거창한 것을 주문하지 않고 소소한 일상의 실천을 강조한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말도 마찬가지다.
“옷차림을 단정하게 하라. 얼굴빛을 맑게 하라. 손발을 가지런하게 하고 자세를 바르게 하라. 신중하게 말하라. 작고 사소한 일이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라(衣冠必正 容色必肅 拱手危坐 行步安詳 言語愼重 一動一靜 不可輕忽苟且放過).”
조선 최고의 학자가 왜 이토록 평범하고 소소한 것을 강조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그는 ‘격몽요결(擊蒙要訣)’의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배우고 익히는 것은 하루하루 실제 생활에 사용하기 위함이지 특별한 것을 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그것을 잘 모른다(不知學問在於日用).”
부자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새해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이 되면 잠자리에 들라. 시험 성적을 높이고 싶은가? 그렇다면 새해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이 되면 잠자리에 들라. 멋진 사람을 사귀고 싶은가? 그렇다면 새해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이 되면 잠자리에 들라.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어렵고 힘든 일을 만나게 된다. 어렵고 힘든 일을 만나게 되면 빨리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주 특별한 방법을 사용하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아주 특별하고 절묘한 방법이 따로 있지는 않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곳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오늘 하루를 바르게 살면 된다. 그게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바로 지금의 삶을 바르게 하라. 그게 1년 동안 쌓이면 성공적인 2015년이 될 것이다. 내일부터가 아니다.
바로 지금 당장 시작하라. 지금 도둑이 내 마음에 들어와 바르고 선한 마음을 훔쳐가려고 하는데 ‘내일 아침부터 도둑을 몰아내야지.’라고 다짐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지금 내 집이 불타고 있는데 ‘내일 아침이 되면 불을 꺼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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