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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01 격주간 제79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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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의 고전산책] 끊임없이 변화하라 |
"엉뚱한 생각은 하지 말라
思不出其位(사부출기위)
- 《주역(周易)》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역(周易)’을 점이나 치는 책 정도로 인식한다. 그것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정확한 것도 아니다.
‘주역(周易)’은 ‘시경(詩經)’, ‘서경(書經)’과 함께 유학(儒學)에서 경전으로 꼽히는 세 권의 책 중 하나다.
사서삼경(四書三經)이라 칭하는 주요 책 중에 삼경(三經)에 해당하는 책이란 뜻이다.
흔히 인문학의 기본을 ‘문사철(文史哲)’이라고 말한다. ‘시경(詩經)’을 문학으로 ‘서경(書經)’을 역사라고 한다면 ‘주역(周易)’은 철학이다.
그렇다면 ‘주역(周易)’이 추구하는 철학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일까. 그 내용은 ‘역(易)’이라는 글자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들이 ‘역(易)’이라는 글자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럴 때에는 서양 사람들이 ‘역(易)’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서양 사람들은 ‘주역(周易)’을 ‘The Book of Changes’라고 번역한다. ‘변화에 대해 말해주는 책’이라는 뜻이다.
유학(儒學)은 변화를 기본 축으로 삼는다. 영원불변의 가치를 추구하지 않는다. 변하고 또 변하는 그 자체를 기본 원리로 삼는다.
여기에서 ‘변화’란 우주 창조의 근본 원리이며 우주가 존재하는 그 자체의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역(易)’이란 모든 변화(變化)를 총괄하는 이름이다.
변화는 생명의 힘이다.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은 왕성하게 변화하며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낸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형성된 수정란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라. 마치 빅뱅이 일어난 것처럼 폭발적으로 변화하며 성장하지 않는가.
아침은 아침을 고집하지 않고 낮이 되며, 낮 또한 자연스럽게 밤으로 이어진다.
우주 전체가 이러한 보이지 않는 원리에 의해 움직인다. 그렇기에 그 움직임, 그 변화 속에서 진리를 찾아야 한다.
아침이 밝았다가 다시 밤이 되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변화가 무척이나 신기할 것이다. 온 천지가 캄캄하다가 순식간에 다시 밝아지는 것이 어찌 신기하지 않겠는가.
원리에 대해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이 모든 것은 귀신이 곡할 노릇이 된다. 그러니 신령스러운 그 무엇을 찾게 되는 것이다.
‘주역(周易)’도 마찬가지다. 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신령스러운 점성술 책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엉뚱한 생각은 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흔히 ‘네 분수를 알아야지!’라고 말하거나 ‘어디 감히?’라며 눈을 치켜뜨는 것을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해다.
아침에는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밤에는 잠자리에 드는 것, 그것을 말하는 것이다. 창의성에 대한 억압이 아니다. 상황에 적절한 창의성을 추구하라는 뜻이다. 상황에 따라 적절히 하지 않으면 화를 부른다. 이것은 과학이며 철학이고 지혜다. 점괘가 아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다. 달라야만 한다. 변화하지 않았다면 죽은 것이다. 살아 있다면 변화했고 변화했다면 그 변화에 따라 적절히 해야 한다. 어제에 매달려 변화된 오늘의 나를 깨닫지 못하면 화를 면하지 못한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어라.’ 1990년대 들어선 이후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강조했다고 알려진 이 말은 흔히 말하는 ‘신(新)경영’의 상징으로 통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 말의 저작권은 이 회장이 아니라 ‘주역(周易)’이 소유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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