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15 격주간 제791호>
[이 달의 시] 목계 장터
이 시를 보면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라고 노래한 고려 말 나옹화상의 선시와,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라고 노래한 박목월의 시 ‘산이 날 에워싸고’를 떠올리게 된다. 시인은 나옹화상과 박목월의 어법을 빌려, 목계 장터를 무대로 살아가는 민중의 삶과 그 애환을 그리고 있다. 목계 장터는 충주 부근 남한강 나루에 있던 큰 장터이다. 시의 화자는 목계 나루를 드나들던 떠돌이로 보이는데, ‘나는 구름처럼 살고 싶고, 바람처럼 살고 싶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라고 표현함으로써 자연과 하나 되어 유랑의 삶을 살고 싶은 화자의 심정을 효과적으로 나타냈다. 이 시는 토속적인 어휘와 민요적인 가락으로 서정성을 살려 소외된 민중의 초연한 삶을 잘 그려냈다. 〈신현배 / 아동문학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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