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01 격주간 제788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나는 귀중한 존재다

"모든 사람들을 귀한 손님처럼 대하라
出門如見大賓(출문여견대빈)
- 《논어(論語)》 중에서"


유교(儒敎) 경전을 보면 ‘혼자 있을 때 더욱 조심하라.’는 내용이 참으로 많이 나온다. “군자는 혼자 있을 때 더욱 삼가고 경계해야 한다(君子必愼其獨也).” ‘대학(大學)’과 ‘중용(中庸)’에 나오는 말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서도 만날 수 있다. “하늘을 거울이라고 생각하라(上臨之以天鑑). 곁에 아무도 없더라도 모든 사람이 보고 있는 것처럼 하라.”, “아무도 보지 않는 비밀스러운 방에 혼자 있어도 마치 네 거리 한 가운데 앉은 것처럼 하라(坐密室 如通衢).”
일부 사람들은 유학(儒學)을 ‘실생활과 멀리 떨어진 뜬구름을 잡는 소리’로 치부하거나 ‘허례허식만을 강조한다.’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모두가 오해에 근거한다.
근본이치는 간단하다. ‘실생활을 꼼꼼하게 가다듬어 우주의 이치로 나아간다.’ 나의 생각 하나하나와 실제 생활 하나하나가 우주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것이 출발점이다.
‘대학(大學)’과 ‘중용(中庸)’은 우주의 이치에 치중하고 있고, ‘명심보감(明心寶鑑)’등은 실생활의 가다듬음에 치중하고 있을 뿐이다.
지구가 자전하며 공전하는 게 허례허식인가. 만유인력의 법칙이 뜬구름인가. 그 둘이 서로 따로 떨어져 있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정밀하게 연결되어 돌아간다.   
나도 마찬가지다. 지구가 자전하며 공전하는 것처럼 나도 반복되는 일상생활 속에서 성장한다. 지구가 끝없는 변화 속에 있으면서도 변하지 않는 우주의 법칙을 꾸준히 지키는 것처럼 나도 올바른 도리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잘 살 수 있다.
가장 기초는 무엇인가. 우주의 질서와 내가 서로 떨어져 있음을 느끼거나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깜짝 놀라며 바른 길로 돌아오는 것이다.
뜨거운 불판에 손이 닿으면 깜짝 놀라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부끄럽고 불편해서 견딜 수 없어 바른 길로 돌아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적절해지면 편안하고 행복하다. 더 이상 따로 무엇인가를 더하거나 뺄 필요가 없다. 사람들 앞에 있든 혼자 있든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혼자 있을 때 더욱 조심하라.’고 강조하는가. 나의 실제 생활이 아직 우주의 이치에 푹 젖어들기 전이기에 조심하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푹 젖어들었다면 혼자 있을 때 조심하라고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근본은 간단하다. 나는 홀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주 전체와 연결되어 존재한다. 그러니 혼자 있을 때가 잠시도 없다. 손과 발이 항상 나와 함께 존재하는 것처럼 나도 우주와 함께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손과 발이 마치 자기가 독립된 존재인 것처럼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나의 신경체계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병이 생긴 것이다. 치료해야 한다. 그 치료법이 바로 ‘혼자 있을 때 더욱 조심하라.’는 것이다.
중궁(仲弓)이 공자에게 인(仁)이 무엇인지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모든 사람들을 귀한 손님처럼 대하고(出門如見大賓), 일을 할 때에는 중요한 제사를 지내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손과 발은 내 신체의 일부분이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귀한 손님처럼 존중하고 사랑하며 대해야 한다. 그래야 온전히 하나가 된다. 해와 달도 바람과 구름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들’에는 나 자신도 포함된다. 나를 사랑하기에 혼자 있을 때에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혼자 있을 때 더욱 조심하라.’는 말은 억지로 꾸미라는 말이 아니다. 나를 옥죄라는 말도 아니다. ‘나는 고귀하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라는 뜻이다. 함부로 하지 말라는 뜻이다. CCTV를 두려워하라는 말이 아니다. 우주가 존중해주는 품격 있는 손님이 되라는 뜻이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4-H인재육성으로 사회발전 꿈 키우는 아프리카
다음기사   세계 4-H청소년에게 희망의 등불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