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01 격주간 제786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나라를 걱정하는 충신의 편지

"부모와 자식은 친밀하게 임금과 신하는 올바르게
父子有親 君臣有義(부자유친 군신유의)
- 《맹자(孟子)》 중에서"


흔히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고 말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다르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오륜(五倫)을 살펴보자.
제일 먼저 ‘부자유친(父子有親)’이라 했다. 부모와 자식은 친밀하게 결합한다. 부모와 자식은 피로 연결되어 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서로 반목하거나 갈라설 수 없다. 그런데 임금과 신하는 어떠한가. ‘군신유의(君臣有義)’라 했다. 의(義)는 옳은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만약 임금이 올바른 길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불의(不義)가 되고, 그런 임금을 계속 따르는 신하는 충신(忠臣)이 아니라 간신(奸臣)이다.
부모가 옳지 않은 길로 나아간다면 곁에서 바른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울면서 조언을 해야 하지만 그 말을 부모가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화를 내거나 부모를 떠나서는 안 된다. 그게 친(親)이다. 그러나 의(義)는 다르다. 임금이 끝내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를 떠나거나 더 나아가 임금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부자유의(父子有義) 군신유친(君臣有親)이라 생각한다면 세상은 엉망진창이 되고 말 것이다. 부모와 자식이 옳고 그름을 놓고 다투어 남남이 되고, 임금과 신하는 서로 친한 사람들끼리만 어울려 가족처럼 밀실에서 자기 멋대로 세상을 주무르게 될 것이니 말이다.
요즘 ‘국가개조’라는 말을 여기저기서 듣게 된다. 대체적인 뜻은 ‘나라를 새롭게 좋은 방향으로 바꾼다.’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그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1188년, 주자(朱子)가 송(宋)나라 효종(孝宗)에게 올린 글 ‘무신봉사(戊申封事)’ 중에 일부를 소개한다. 당시 송나라는 금(金)나라에 밀려 남쪽으로 도망간 상황이었다. 금나라와 계속된 전쟁으로 국력은 쇠약해졌고 결국 금나라에 엄청난 공물을 바쳐야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당연히 ‘국가개조’가 화두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요즘 우리나라의 상황을 살펴보면 심각한 병에 걸린 사람과 같습니다. 몸속은 물론 머리카락까지 온전한 곳이 하나도 없는 지경입니다. 숨을 쉬고 먹고 마시는 것은 하고 있어서 그럭저럭 견딜만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문의사가 보기에는 금방이라도 피를 토하고 죽을 것처럼 보이는 상황입니다. 그러므로 가장 근본이 되는 것과 가장 시급한 일만 골라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황제의 마음입니다. 세상의 일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지만 그 실마리를 세심하게 더듬어 들어가면 황제의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황제의 마음이 바르게 되면 모든 문제들이 다 해결됩니다. 그러나 황제의 마음이 바르지 않으면 그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하게 됩니다. 국가개조는 황제가 스스로를 바르게 가다듬고 주변을 바르게 가다듬는 것을 시작으로 삼아야 합니다.
황제를 가까이에서 모시고 있는 측근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특혜가 주어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함부로 권력을 휘둘러 나라를 어지럽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지난번에도 이와 비슷한 말씀을 드렸으나 당시 황제께서는 ‘그것은 오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오해하게 만들 여지조차 없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정리해야 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잘못을 덮어주고 용서해준다면 나라는 엉망이 됩니다. ‘조금 잘못이 있더라도 그 재주가 출중하니 그냥 쫓아내는 것은 아깝다.’라고 하시며 다시 자리를 내어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들은 황제를 속이고 백성들을 속이고 있을 뿐입니다. 제가 예전의 훌륭한 황제에 비해 지금의 황제가 못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측근들을 잘 관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자의 천 년 전 편지가 다시 생각나는 요즘이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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