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01 격주간 제782호>
[4-H강단] 잠자리비행과 청소년 나눔운동

"어렸을 때 필란트로피 활동을 경험한 사람이 어른이 되어 나눔을 실행할 확률이 4~5배 정도 높다"

비케이 안 (Bekay Ahn)  CFRE(국제 공인 모금전문가)
한국기부문화연구소장·한양대 경영학부  초빙교수


지금 한국의 4-H는 최초로 세계대회를 앞두고 환경변화로 인한 새로운 미션과 비전을 조율해야 하는 시대적 도전을 맞고 있다. 그 변화의 첫 단추는 청소년의 나눔운동(Youth Philanthropy)이어야 한다.
미국이 기부문화의 선진국이라면 그 뒤에는 수많은 4-H청소년지도자들의 노력으로 만든 유스필란트로피(Youth Philanthropy)라는 교육의 공로가 컸다. 특히 미국4-H의 청소년 운동 부흥에는 유스필란트로피가 있었다.

청소년 나눔운동 교육 필요

유스필란트로피는 청소년들에게 우선 무엇을 나눌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가르치기 전에, 왜 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이 선행되어야 가능하다. 마치 아이에게 잡은 고기를 주기보다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 고기 맛을 보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과 같다. 그리고 왜 고기를 잡아야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부모로서 또는 선생으로서 청소년들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다.
기금조성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자 입장에서 보면, 어른들의 경우에는 나눔을 배워서 그 나눔을 실행하기까지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다. 통계에 의하면 어렸을 때 필란트로피 활동을 경험한 사람이 어른이 되어 나눔을 실행할 확률이 4~5배 정도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은 부모로부터 자연스럽게 시작되어야 하는데 언젠가부터 책임이 학교로 전가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교 교육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도 청소년의 나눔을 단순한 윤리 교육으로 시작해서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어른들이 본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은 미국은 필란트로피 교육이 기부문화 차원을 넘어서 기부산업으로 발전되었고 지금은 리더십으로 재단 관리, 비영리, 개발전문가, 정치인을 만들기 위해 철학적인 문제를 넘어서 직업교육까지 확대되었다. 예를 들어 폐품재활용이 환경운동도 되지만 그것이 산업을 만났을 때는 직업이 되고 또한 열정, 동기와 보상도 생겨 활력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에게 나눔을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스스로가 나눔을 왜 해야 하는지 어른에게 말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진정한 나눔 교육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4-H청소년기금조성에 대해 교육하기 위해 지역 유지로부터 캠페인 기부요청을 할 때 그냥 막무가내로 찾아가 요청하기 전에, 그의 사무실에 찾아가서 그의 사무실을 관찰하는 법, 어떤 책을 읽는지, 무엇에 관심을 보이는지 스스로 알아내는 교육과정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것을 ‘나눔 지도자는 문화고고학자이다(cultural archaeologist)’라고 가르치고 있다. 동시에 경청하는 법, 감사하는 법, 진정성을 전달하는 법을 배운다. 그래서 기금조성은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모으는 것이라고 깨닫게 한다.
사람을 모으고, 마음을 모으고, 돈을 모으고, 스토리를 모으는 방법을 배움으로써 자신이 무엇인가 희생을 해야 가능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때 어른이 해야 할 일은 곁에서 그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건강한 자아를 키우게 하는 것이다. 성공의 평가는 무엇을 버리며 얻을 것인가로 결정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래서 제일 먼저 청소년들에게 유스필란트로피는 무엇인가(what)를 이해시키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왜(why) 유스필란트로피를 해야 하는가가 이해되고 동의되어야만 나눔의 행동을 유발시키고 지속적인 습관이 가능하다. 그 다음에 어떻게(How)는 의외로 간단한 방법으로 스스로 찾게 마련이다.

4-H발전 변화 시금석 돼야

인간이 쌓아 올린 근대 과학기술의 역사는 200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자연의 생명체들은 38억 년 이상 진화하면서 다양한 생존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자연의 섭리를 살피면 유스필란트로피의 what, why, how의 유용한 지혜와 기술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우리는 네 개의 날개로 자유비행이 가능한 잠자리의 지혜에서 필란트로피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필란트로피는 주고(giving), 봉사(serving)하고, 가입(joining)하고, 요청(asking)하는 네 가지를 포함하고 있다.  마치 잠자리의 네 날개처럼 밸런스를 잘 맞추어야 원하는 방향으로 비행할 수 있듯이 유스필란트로피도 네 가지 활동이 균형을 맞춰야 가능하다.
국제 공인기금조성전문가(CFRE) 시험을 보기 위해 위원회에서 요구하는 것은, 이 네 가지를 잘 수행했는가를 증명하는 시험이라는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니다.
나눔 선진국의 나눔 관련 교육의 커리큘럼이 이 네 가지를 기반으로 만들어 졌다. 그래서 4-H출신들이 필란트로피 비행을 잘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에 있는 것 같다.
이런 경험은 물론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리더십으로 진화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고 있다. 충동적인 기부가 아니고 현명한 기부와 찜찜한 기금조성이 아니라 유쾌한 기금조성에 대해 배우게 된다.
이 모든 것은 다 잠자리의 비행능력에 달려 있다.
필자가 유스필란트로피 교육에 참가해 청소년들이 기금조성의 기획단계부터 참여하고, 자신들이 주도하여 어떻게 기금조성을 하고, 어떻게 쓰여지며, 어떻게 기부자에게 보고하는지에 대한 책무를 다하는 모든 과정을 통해 청소년들의 인생이 바뀌는 것을 많이 보았다. 이것은 필자로서는 참으로 인상 깊은 값진 경험이었다. 이십 년 후에 그 학생들이 사회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필란트로피 인생의 변천은 사칙 연산으로 유년기에 더하기(+), 청년기에 곱하기(x), 장년기에 빼기(-)를 하고, 마지막으로 노년기에 나누기(÷)를 하는 것이다.
이 원리가 자연히 유스필란트로피를 통해 잠자리 비행의 학습이 녹아 들어가고, 잘 익혀서, 순조롭게 변화하기 위해 중요한 시기에 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스필란트로피 교육을 통한 잠자리 비행능력이 유년기 때부터 기초가 되어야 건강한 진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세계대회를 주최하는 이번 기회에 4-H청소년의 나눔운동으로 확산하여 앞으로 4-H발전을 위한 변화의 시금석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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