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01 격주간 제782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나를 바르게 하여 세상을 바르게 하라

"어리석음으로 총명함을 지켜낸다
聰明思睿 守之以愚(총명사예 수지이우)
- 《명심보감(明心寶鑑)》 중에서"

세상을 바르게 만들고 싶다면 우선 나부터 바르게 가다듬어야 한다. 그것을 수신(修身)이라고 한다. 몸과 마음을 바르게 가다듬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묘하다. ‘세상을 바르게 할 목적’을 지니고 있으면 나를 바르게 가다듬는 일이 어려워진다.
‘이번 시험에서 반드시 1등을 해야지!’라고 마음을 먹고 공부하는 학생을 생각해보자. 그러한 목표가 그를 경직되게 만들고 무리하게 만든다.
타석에 서 있는 타자는 어떨까? ‘홈런을 쳐야지.’라고 마음먹는 순간 스윙에 힘이 들어가고 의욕이 앞서 나쁜 공에도 방망이를 휘두르게 된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지 말라는 것이냐?’라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답은 간단하다. 분명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 다만 아주 크고 원대하게 가져야 한다. 1등은 매번 시험을 칠 때마다 뒤바뀐다. 야구에서도 마찬가지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홈런을 치는 선수는 없다. 왜 그럴까? 나 혼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시험도 출제자가 있어야 하고 함께 시험을 치르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투수도 있고 상대팀 선수들도 있어야 하고 우리팀 선수들도 있어야 한다. 나 혼자서는 되는 일이 없다. 그렇기에 나를 위주로 하는 게 아니라 주변 상황과 조화롭게 해야 한다. 억지로 해서는 안 된다.
그럼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냐. 1등이 아니라 스스로 실력을 기르는 것, 홈런이 아니라 실력을 기르는 것은 혼자서 할 수 있다. 운 좋게 1등을 할 수도 있고 운 좋게 홈런을 칠 수도 있다.
그러나 운 좋게 실력을 갖추는 일은 불가능하다. 끊임없는 노력과 성실함만이 실력을 쌓는 길이다. 그러므로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묵묵히 실력을 기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1등도 하게 되고 홈런도 치게 된다. 내가 실력을 쌓으면 억지로 드러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드러나게 된다. 안달을 부릴 필요가 없다.
“어리석음으로 총명함을 지켜낸다. 아무리 훌륭한 일을 해냈더라도 스스로 나서서 자랑하지 말라. 명예는 겸손함으로 지켜야 한다(聰明思睿 守之以愚 功被天下 守之以讓).”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나오는 말이다. 총명함을 자랑하지 말라. 어리석음으로 총명함을 지켜내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력을 쌓으면 굳이 성과를 내려고 안달하지 않아도 성과가 생긴다. 그렇게 성과를 내서 명성을 얻었다 하더라도 그걸 자랑할 필요는 없다. 명예는 겸손함이 지켜주는 것이다.
“좋은 재주를 갖고 태어났다 하더라도 다 사용하지 말고 아껴두었다가 죽을 때 자연에게 돌려주고, 나라에서 주는 것이 많더라도 다 사용하지 말고 아껴두었다가 나라에 돌려주고, 재산이 많더라도 다 사용하지 말고 아껴두었다가 사회에 돌려주어라.”
이것도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나오는 말이다. 아무리 내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다 써버리면 안 된다. 능력도 돈도 마찬가지다. 적절히 해야 한다. 그리고 나누어주어야 한다.
그렇게 내실을 기하다보면 나 자신이 커진다. 공처럼 커진다. 목표가 따로 없다. 우주 전체를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커지는 게 목표다.
‘내 목표는 1등이야.’ 혹은 ‘내 목표는 홈런이야.’라고 규정하는 것은 ‘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겠어.’라고 자신을 한정하는 것이다.
점점 커져서 우주 끝까지 닿을 생각은 왜 못하는가. 내가 우주 전체가 되었는데 서울과 부산이 어디 따로 있겠는가. 이기고 지는 게 어디 있으며 1등과 2등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바르게 되면 세상도 바르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방 선거가 코앞이다. 누가 바른 사람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 누가 어리석을 정도로 총명한지, 누가 큰 성과를 내고도 겸손한지, 누가 아껴서 남에게 주는지….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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