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01 격주간 제782호>
[이 한 권의 책]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

답답한 도시에서 자연을 즐기는 행복한 지침서

이 종 무 지도교사 (울산 홍명고등학교4-H회)

도서관을 찾았다. 한 때는 학교를 통틀어 도서대출 1위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런저런 핑계로 순위가 낮아지고 있다.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주된 관심이 다른 곳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책보다는 먹고 사는 일에 얽매이다보면 마음이 메말라간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고 사는 게 아닌가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요즘 관심사는 텃밭이다. 학교 텃밭을 이용해 학생들과 다양한 작물을 소소하게 가꾸고 있다. 작물이 자라는 모습도 신기하거니와 아이들이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뜨린 텃밭이다. 지렁이가 나와도 손바닥에 올려놓고 장난을 칠 정도다. 그러니 책과 멀어지지. 이것도 핑계라고 욕할 것 같아 도서관에서 열심히 책을 찾았다. 역시 제일 구석진 곳에 자리한 누런 겉표지의 책이 눈에 들어온다.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 도시에서 살면 사는 거지 생태적으로 산다니. 속으로 별별 책이 다 있다하면서도 도시4-H라는 말이 퍼뜩 지나갔다.
ADB(아시아개발은행)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도시인구 비율은 81.5%로 아시아 최상위권이다. 2009년 자료이긴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경제개발에 따른 급격한 도시화의 결과다. 요즘 귀농인구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도시 생활은 일상인 것이다. 어쩌면 도시가 생태적이지 않다는 생각과 농촌과 다르다는 생각은 당연한 상식인지도 모르겠다. 전 국민의 대부분이 사는 도시도 생태적일 수 있고 생태적으로 살아야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한 번 더 일깨워주는 책이 아닐까.
작가는 우선 도시가 싫어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네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것이 어렵다는 오해와 생태적으로 살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오해, 자연주의를 실천하는 삶이 별난 짓이라는 오해 그리고 도시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오해다. 이 네 가지 오해를 떨치면 더 이상 도시를 떠나지 않고도 생태적 도시인이 되어 정신없는 도시 생활이 충분히 즐겁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시골로 가는 것이 아니라 병원과 마트가 가까운 도시에 살아라 말한다. 위급한 순간 병원에 가기가 쉽고 생필품이 집 가까이에 있어 오히려 노년의 영양 상태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옥상에 상추, 고추 화분 몇 개만 가꾸어서 필요할 때마다 반찬으로 애용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도시는 참 빠르게 움직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 피자, 콜라 등은 패스트푸드의 대명사다. 도시에 적응해 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들 하지만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에서는 슬로우푸드, 슬로우라이프를 지향한다. 그게 가능할까? 이 책에 그 답이 있다. 굳이 책이 아니더라도 실생활에서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다.
얼마 전 뽕잎 새순을 따다가 끓는 간장에 담그기를 몇 번해서 뽕잎장아찌를 만들었다. 부부가 만들고서도 먹어보니 참 잘 담갔다는 생각이 들어 이웃에 자랑을 했다. 조금만 부지런하다면 못할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도시에서 밭을 만들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을 엿볼 수 있다. 밭이라고 해서 농촌에서 볼 수 있는 밭이 아니다. 옥상에 스티로폼, 나무 상자, 플라스틱 상자 혹은 물이 잘 빠지면 되는 어떤 것이나 상관없다. 아니면 비닐포대나 쌀 포대를 이용해서도 채소를 가꿀 수 있다. 울산의 한 초등학교 옥상에서는 마대자루를 이용해 고구마를 심고 아이들과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며 가을에 수확의 기쁨을 맛본 경우도 있다. 이런 점에서 4-H활동과 무척 닮았다.
이 책에서 예를 든 것과 같은 비슷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면, 우선 베란다 가꾸기가 그 전형이다. 단순히 창고 역할을 하는 곳이 아니라 화분에 꽃이 있어 정서적으로 마음을 가꾸는 곳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또 음식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고 거름으로 거듭나는 방법 그리고 천연비누 및 자연 화장수 만들기 등을 들 수 있다. 우리 실생활에서 원료를 찾을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써 매우 친환경적이다. 단지 꾸준한 실천이 필요할 뿐이다.
도시에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 도시를 떠나 살 수도 없을뿐더러 살아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교육문제, 직장문제는 도시화를 더 부추기는지도 모른다. 웰빙이라는 말이 괜스레 나온 것이 아닐 것이다. 크리슈나무르티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자기로부터의 혁명이 바로 도시를 생태적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 집 주변의 작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한 송이의 꽃을 키우는 작업이야말로 생태 도시의 출발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퇴근길에 작은 다육화분 하나 사서 컴퓨터 책상 옆에 키우는 것도 생태적으로 의미 있는 실천일 것이다.
 <박경화 지음 / 명진출판 펴냄 / 2006년 /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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