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15 격주간 제781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民無信不立(민무신불립)
- 《논어(論語)》 중에서"


세월호 침몰 이후 세상이 온통 슬픔에 젖어 있다. 그 책임에 대해서도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이렇게 어수선할 때 고전을 다시 뒤적이면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세상을 바르게 하는 것이 정치(政治)다. 세상을 바르게 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상(商)나라의 재상, 요즘으로 말하면 총리 정도의 자리에 있던 이윤(伊尹)은 바른 정치를 실현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송나라의 학자 주돈이(周敦;1017~1073)는 “이윤(伊尹)은 백성들 중에 한 사람이라도 어려움에 처하면 자신의 잘못으로 생각하여 거리에 나가 종아리를 맞는 것처럼 부끄럽게 생각했다.”라고 말하며 그를 칭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주돈이는 이런 설명을 더했다.
“정치란 세상을 바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바르게 만들어야만 한다. 나는 바르지 못하면서 세상을 바르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를 바르게 만든다는 것은 세상의 모든 것들과 조화롭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내 몸에 상처가 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이를 바로 깨달을 수 있는 것과 같다. 세상 사람들을 내 몸처럼 생각해야만 그렇게 될 수 있다. 세상과 소통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발가락이 아프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감각이 서로 통하고 있기에 알 수 있다. 만약 감각이 서로 통하지 않는다면 발가락이 아파도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고통스럽지 않다. 그렇기에 일을 더욱 크게 만든다. 발가락에 작은 가시만 박혀도 금방 알아차리는 것, 그것이 소통이다. 세상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것은 그들의 아픔을 내 몸이 아픈 것처럼 인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올바른 정치란 소통하는 것이다. 아픔을 느껴야 어떻게든 조치를 취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아픔을 느끼지도 못하는데 주변에서 아무리 소리를 질러봤자 소용이 없다. 자신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통이 끊어졌다는 것은 서로의 관계가 끊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기와 엄마의 관계를 예로 들어보자. 아기가 우는 것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엄마에게 알리기 위함이다. 엄마는 아기가 울면 깜짝 놀라며 불편한 것을 해소해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그런 경험이 계속 쌓이면 아기는 엄마를 신뢰하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울어도 꼼짝하지 않고 다른 일만 하는 엄마라면 어떨까. “아가야, 이게 더 중요한 일이란다. 조금 참고 있어라.”라고 말하는 엄마라면? “울지만 말고 구체적으로 설명해봐. 너 다른 목적이 있는 거 아니야?”라고 묻는 엄마라면? 엄마에 대한 아기의 신뢰는 무너진다.
아기와 엄마는 그나마 피로 연결된 관계인데도 그러하다. 그런데 피로 연결되지 않은 정치 지도자와 국민이라면 어떨까.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는 “백성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고, 백성들에게 신뢰를 받으며, 백성들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도록 군사력을 기르는 게 정치다.”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듣고 자공이 다시 “그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느 것부터 포기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군사력을 버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공이 다시 “그렇다면 나머지 두 가지 중에 부득이 하게 또 다시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백성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포기해야 한다. 마지막까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백성들과의 신뢰관계다. 외적의 침략을 받아 죽거나, 먹지 못해 죽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성들과의 신뢰가 한번 무너지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民無信不立).”
정치는 통제하는 게 아니다. 소통하는 것이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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