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01 격주간 제780호>
[이 한 권의 책] 생각의 좌표

내 생각의 주인은 나인가?

김 혜 정 지도교사 (신안 안좌고등학교4-H회)

‘생각의 좌표’, 제목부터가 흡인력이 있다.
이 책의 화두는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라는 질문이다. 그것이 정말 나의 생각인지 그 생각의 뿌리를 파헤쳐 보자는 것이다. 나의 생각은 본인이 직접 창조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한 것인가? 아니면 부모님이나 기성세대, 혹은 사회적 통념 등 내 생각의 자리에 주인인 것처럼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러한 문제의식은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비판적 성찰로 이어진다. 우리의 생각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저자는 교육과 물신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특히 교육에 대해서는 ‘학교를 버리라’고까지 말한다. 학교는 ‘사유하는 자’가 아닌 ‘암기 잘하는 자’를 양산하여 그 암기력을 기준으로 일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우며 경쟁을 부추긴다고 말한다. 결국 우리 교육시스템은 자신의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내면화 시키는 주범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저자는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생각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비판적 안목을 지닌 ‘사유하는 인간’이기를 강조한다.
현재의 학교 교육은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조선인을 일본인 만드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그 당시 필수적이었던 비인간화 자발적 복종의 형태가 개선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서열화된 대학구조가 학생들의 ‘자기 생각과 논리’를 죽였다고 비판한다. 예를 들어 학교는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다. 연대를 가르칠 뿐이다. 오로지 암기와 문제풀이 능력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한국의 교육제도는 윤리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한다. 비판적 사고가 결여되고 무비판적으로 지식의 습득을 강요하고 객관적 사실을 암기하는 것을 공부 잘한다고 평가하는 현실이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부하면서도 인간과 사회에 대해서는 자기 생각과 논리가 없이 지배세력에게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것을 가르치는 한국 교육의 현실은 참 아이러니다. 이에 그는 사회구성원들의 탈의식을 주문한다. 자신의 존재를 배반하고 있는 지배세력에 의해 주입되고 세뇌된 의식을 벗고 발가벗은 존재가 되자는 것이다.
‘나’가 ‘나’가 되지 못하게 하는 원인 중에 또 하나는 ‘물신주의’다. 물신주의란 우리 삶의 목적을 돈에 두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목적을 물으면 하나같이 좋은 직업을 얻고자 함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좋은 직업이란 어떤 직업이냐는 물음에 또 대다수가 돈 많이 버는 직업을 꼽는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하는지에 대해서는 우선은 돈의 뒷전에 있다. 미래가 불안하지 않을 만큼의 돈을 위해 우리는 현재를 포기한다. 오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현재를 희생하는 것을 당연시 한다. 한 사람을 판단할 때, 그의 가치관과 생각을 통해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판단하는 사회이다. 돈을 버는 과정이 어떠하고 수단과 방법이 어찌됐든 출세해야 하고 환산이 불가능할 정도의 물질을 쌓아야 대접받는 가치판단 없는 ‘회색의 물신사회’라고 꼬집는다.
이 사회 속의 구성원들은 물신의 지배 아래 통제되지 않는 욕망과 경쟁으로 불행하다. 이로 인해 나에게 다른 사람은 없고 오직 나만 있게 한다. 상호 연대나 공동체의식의 형성은 기대할 수 없다. 오직 자기 성공에만 집착하다 보니 타인에 대한 배려는 찾을 수 없다.
이러한 무비판적 교육과 물신사회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해서 저자는 폭 넓은 독서, 열린 자세의 토론, 여행을 통해 성찰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폭 넓은 독서는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들 중 책을 남긴 사람의 생각을 내가 주체적이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열린 자세의 토론은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생각을 주체적으로 소통하자는 것이다. 여행은 오감을 가진 주체로서 다양한 경험과 여행을 통해 인간과 사회를 직접 겪어보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타자로부터 의식화된 생각, 존재를 배반하는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고 의식을 바꾸는 만큼 사회의 진보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지금 성찰과 비판이 필요하다. 폭넓은 독서와 열린 토론 그리고 직접 견문을 통해 만나는 생각들이 소우주와 같은 나의 의식세계 안에서 서로 다투고 비벼지고 종합되고 정리되어 내 생각의 주인이 ‘나’이기를 바란다. 특히, 다음 세대인 우리 학생들이 ‘나’를 경쟁과 욕망에 가두지 않길 바란다. ‘나’를 찾아 견고히 세우기 위해 홍세화의 ‘생각의 좌표’를 추천하며 더불어 저자의 사고가 또한 우리 모두의 생각이 되지 않길 바란다.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펴냄 / 2009년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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