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15 격주간 제648호>
<4-H교사 이·야·기> 나날이 새롭고 또 새롭게

<한 승 석>

얼마 전에 지난 경칩이 무색하리만큼 거센 바람에 눈까지 내리는 진풍경은 아무리 꽃샘추위라고 해도 3월과는 어울리지 않는 날씨다. 그래도 그 이면에는 나뭇가지에 새싹이 돋고 언 땅에 움이 터 봄이 오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학교 뒤편 야생화 화단에도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을 보며 자연의 신비로움에 새삼 경의를 표한다. 화단 한편 고무용기에 보리를 파종했는데 제법 싹이 나와 푸르러지는 듯하다가 비와 강추위에 배수가 되지 않아서인지 그 모습이 흉해져 가고 있다. 조금 남은 것만이라도 다른 곳으로 옮겨 제 구실을 하여 결실을 맺도록 해야겠다.
여느 해와 다름없이 3월초는 정신을 빼 놓듯이 바쁘게 지나간다. 반복되는 행사 같지만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사람을 새로 만나고 조직하고 가르칠 것을 생각하고 단장해가는 분주한 시기이다. 내 자신도 어언 학교4-H를 이끌어 온지도 10년쯤 되어 간다.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각종 모임에서 나눈 대화가 새삼 떠오른다. 흙을 좋아하고 꽃을 가까이 하는 4-H의 생활 속에는 사랑이 전제되어야 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손자와 놀며 할머니는 그 자신이 기쁘듯이 아낌없이 베푸는 사랑, 자연사랑, 흙의 사랑, 너와 나의 사랑이 어우러지는 진한 사랑 말이다. 그리고 나의 양심과 이름 앞에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그려보고, 자신을 채찍질한다.
매년 학기 초만 되면 4-H회원을 모집하는 것이 여간 힘 드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활동에도 많은 제약을 받는다. 학원, 아르바이트, 개인사정 등등으로 학생들의 4-H활동이 항상 피동적이고, 생각이 즉흥적이며 개인적이어서 더불어 생활하기에 벅찬 것이 사실이다. 점점 개인주의로 접어드는 사회풍조가 아쉽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몇몇 회원들은 잘 따르고 이해를 해줘 위안이 된다.
화단에 꽃씨를 뿌리고 모를 심고 흙을 일구고 전시회를 열고 하다보면 또 한해가 갈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자. 서로를 사랑하자. 그리고 함께 어울려 가는 생활 속에서 나를 찾아보자. 서로 자신의 주장만 앞세우고, 손가락질하고, 실천이 없는 생활은 진일보할 수 없다. 대화하고 생각하고 설득하고 양보하는 가운데 즐거운 생활을 하게 되고, 그 속에서 발전하고 행복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서(四書)의 하나인 대학(大學)에 ‘탕지반명왈(湯之盤銘曰) 구일신(苟日新)이어든 일일신(日日新)하고 우일신(又日新)이라’고 했다. 진실로 어느 날에 새로워 졌거든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나날이 새롭게 하라는 말이다.
‘苟日新이어든 日日新하고 又日新이라.’ 이 글귀를 우리 4-H인이 살아가는 생활 훈으로 삼았으면 한다.
올해도 꽃밭에는 무엇을 심어야 할까, 아리아리 축제는 어떻게 하면 작년보다 더 멋있게 마칠 수 있을까, 청소년의 달 행사, 도농교류, 경진대회 등등을 더욱 알차고 보람되게 치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앞선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일은 미리 준비하여 때가 되면 차근차근히 풀어가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어느 사회, 어느 단체에서나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사람이 없으면 제대로 구실을 할 수 없듯이 서로가 인화하고 희생하여 보다 나은 4-H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직책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서울디자인고등학교 4-H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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