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15 격주간 제777호>
[지도자 탐방] “한국농업 발전의 중심축에는 4-H가 있다”
안진곤 강원도농업기술원장은 “4-H가 자신의 인생에 전환점이 되었다.”면서 “앞으로 20~30년 후에 성공하고 돈 벌고 행복해지고 싶다면 농부가 돼라”는 세계적인 투자 귀재인 짐 로저스의 말을 들려줬다.

안 진 곤  지도자 (강원도농업기술원장)

올해는 120여년 4-H역사상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는 해이다. 제1회 글로벌4-H네트워크 세계대회가 오는 가을 서울에서 열려 지구촌이 안고 있는 식량 및 기아, 기후변화 및 환경 등 제 문제에 대해 4-H가 해답을 내놓게 된다. 글로벌4-H 세계대회가 태동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안진곤 강원도농업기술원장(57)을 만났다.

4-H여부회장과 결혼한 총각선생님

안 원장의 첫마디는 자신이 “4-H에 미쳤었다.”는 것과 “4-H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1977년 고양시농업기술센터를 시작으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안 원장은 여주군과 화성시농업기술센터에 근무하며 4-H회원 육성에 젊은 열정을 쏟았다.
여주군농업기술센터에 근무할 당시 총각지도사로서 문순옥 군4-H연합회 부회장과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썼고, 화성시로 전근해서 결혼에 골인해 가정을 이뤘다.
1989년 3월부터 1991년 9월까지 아프리카 가나공화국에 농업전문가로 파견돼 2년6개월간 농촌지도를 했다. 말라리아에 걸려 죽을 고비를 겪기도 했지만, 영농지도와 시범포 운영 등을 통해 가나의 농업발전에 기여했다.
가나에서 돌아온 뒤에는 농촌진흥청 국제협력담당관으로 외국인 훈련을 담당하며 40여개국을 드나들면서 저개발국 식량증산기술지도를 했다. 진흥청에서 교육을 받은 수료생들이 자국에 돌아가 동창회를 갖는 등 유대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영농정보와 친교를 나누기도 했다고 한다.
이후 안 원장은 대통령직속 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에 파견근무, 농진청 고객지원센터소장, 고랭지농업연구소장, 국립식량과학원 기능성작물부장을 거쳐 2010년 농촌지원국장을 맡았다. 농촌지도직이 연구기관장을 맡은 것은 안 원장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글로벌4-H 태동에 역할

이렇게 다양한 이력을 가진 안 원장이 농촌지원국장으로 있으면서 미국4-H본부 돈 플로이드 회장과 만난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돈 회장은 제3세계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농업기술보급에 많은 관심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4-H네트워크를 구상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4-H활동을 통해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특히 보릿고개를 없애는 등 농업발전에 눈부신 활동을 펼쳤던 한국4-H에 관심을 갖고 방한했다.
한국4-H본부와 글로벌4-H네트워크에 공동 협력키로 약정(MOU)을 체결한 돈 회장은 안 원장과 만나 지도기관인 농촌진흥청이 이 일에 행·재정적인 지원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돈 회장은 가나에서의 활동을 비롯한 저개발국 농업발전을 위해 힘쓴 안 원장의 이력에 깊은 감동을 받고 의기투합했음은 물론이다. 안 원장이야말로 앞으로 4-H가 농업을 통해 세계에 기여할 적임 지도자였던 것이다.
안 원장은 이처럼 젊은 시절 혈기왕성한 농촌지도사로서 여주에서 4-H를 통해 배필을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찍었다. 또 가나에서의 활동 등을 통해 국제적인 안목을 뜨게 됐고, 농촌지원국장으로 있으면서 전국의 농업을 정책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강원도는 변방이 아니라 중심

이런 경력 위에 이제 그는 강원도 농업의 지역사령관을 맡고 있다. 그는 강원도가 대한민국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강원도는 있는 그 자체로 국민들에게 맑은 공기와 물, 자연경관, 청정농산물을 제공하는 소중한 자원이다.
동계올림픽도 열리고 춘천-양양고속도로에 원주에서 강릉까지 전철도 생긴다. 강릉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는 배로 이틀이 짧다.
그는 또 통일 이후 강원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한다. 남북한을 가로막고 있는 155마을 철책선을 용광로에 녹여 ‘평화의 철탑’을 만들고 그 주변에 평화공원을 조성하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남한의 응어리와 북한의 응어리를 용광로에 함께 녹여낸 철탑. 유라시아철도를 타고 가던 사람들이 잠시 내려 쉬면서 그 의미를 되새기는 명소가 될 것이란다.
안 원장은 이번에 제1회 글로벌4-H네트워크 세계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고 4-H국제협력체제가 구축되고 나면 4-H네트워크 세계사무소나 아시아사무소가 강원도에 들어서도 좋을 것이라는 제안도 한다. 국제미작연구소 지소가 수원에 있듯이 4-H네트워크 사무소를 강원도에 두고 세계의 4-H청소년과 지도자들이 여기에서 교육을 받고 꿈을 키우도록 하면 좋을 것이라고 한다.

“성공하고 싶다면 농부가 돼라”

안 원장이 도기술원장에 취임한 이후 그동안 강원도4-H의 숙원이었던 4-H기금 20억을 조성하게 됐다. 바로 강원도4-H활동조례를 개정해 발전기금 설치운용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10억 원의 기금을 도 예산으로 확보했고, 오는 2020년까지 10억 원을 더 확보하게 되어 있으나 그 이전에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은 “한국농업의 발전이 있다면 그 중심축에는 4-H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근본”이라고 강조한다. 4-H회원이 자라서 농업경영인과 농촌지도자가 되고, 결국에는 4-H출신이 농업을 이끌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4-H는 국가가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청년농업인4-H회원들이 농촌의 리더로서 여회원을 만나 가정을 이뤄 열정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농업인의 필수 4대 과목으로 ‘땅의 소중함’, ‘농업기술’, ‘열정’, ‘경영능력’을 꼽는다. 농업에서 큰 리더가 되려면 이 네 가지는 필수적으로 알아야 된다고.
학생4-H회원들에게는 “꼭 농사를 지으라는 것이 아니라 농업·농촌의 고마움, 소중함을 알라”고 당부하며, 훌륭한 사람들은 농촌에서 많이 나왔다는 점도 덧붙인다.
마지막으로 안 원장은 “앞으로 20~30년 후에 성공하고 돈 벌고 행복해지고 싶다면 농부가 돼라”는 세계적인 투자 귀재인 짐 로저스의 말을 들려줬다. 또 “‘Change’(변화)에서 g를 c로 바꾸면 ‘Chance’(기회)가 된다.”면서 “젊은이들이 항상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변화하는 가운데서 기회가 오기 마련이고 청소년들에게는 그 기회가 농업에서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두현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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