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내면의 진한 눈물을 일깨우는 따뜻한 신호
이 종 무 지도교사 (울산 홍명고등학교4-H회)
제목부터가 상스럽다. 그러나 2012년 우수 문학 도서에 선정된 소설이다. 작가가 눈에 띄게 하려고 일부러 정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 표지를 자세히 보면 제목의 큰 글자가 ‘개날다’이다. 작가가 단순히 독자 눈에 띄게 하기 위함이 아닌, 결말이 짐작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표지 그림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비행기가 상승하며 날고 있다. 남자는 슬리퍼에 허리가 나온 청바지, 가방은 던져두고 뚱뚱한 여자와 멀리 바라보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는 개가 다소곳이 앉아 앞을 바라보고 있다. 집의 옥상 같은 곳에서 바라보는 먼 하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하늘을 향해 비행기처럼 나는 상상을 하는지도 모른다. 미래에의 희망, 개 같은 인생도 비행기처럼 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표지 그림이다.
책을 펼치면 작가 이옥수의 사진과 약력이 나온다. 약력에 특징이 나타나 있는 소설가다. 작가의 화두는 청소년이다. 청소년을 ‘장단이 없어도 노래하고 춤추며, 어둠 속에서도 빛을 내는 찬란한 이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작품에는 ‘키싱 마이 라이프’,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 ‘푸른 사다리’, ‘킬리만자로에서, 안녕’, ‘아빠, 업어 줘’, ‘똥 싼 할머니’ 그리고 ‘내 친구는 천사병동에 있다’ 등 청소년과 아동을 상대로 한 작품을 주로 썼다.
그리고 책을 더 넘기면 ‘for perfect family’라는 문구가 나온다. 작가의 의도다. ‘녀석이 죽었다!’ 소설 본 내용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여기서 말하는 녀석은 내가 키우는 개 찡코다. 나는 표지에 등장하는 청바지에 슬리퍼를 신은 남자 강민이다. 그 강민이가 키우던 찡코를 죽인 사건에서부터 소설이 시작된다. 그리고 2장에 가면 다시 다른 ‘나’가 등장한다. 정보 신문회사에 근무하는 스물셋의 최미나가 주인공이다. 그러고 보니 표지의 뚱뚱한 여자다. 한 소설에서 각각 1인칭의 주인공이 번갈아 가며 화자로 등장한다. 처음에는 ‘뭐야’ 할 것 같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묘미가 더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제 2장을 넘기면 시시함은 사라지고 ‘나와 우리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가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된다. 잊어버린 것 같지만 어릴 적 기억의 밑바닥에서 억눌려 있던 일들을 떠올릴 수도 있다. 폭력과 교감은 이 소설의 핵심 단어이다.
강민은 형에게 매일 맞고 지낸다. 아빠와 형이 싸우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자신이 키우던 찡코를 죽이고 만다. 생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가족은 아연실색한다. 그 일로 강민은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고, 최미나 역시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면서 찡코의 사진에서 교감이 시작된다. 미나는 어릴 때 오빠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머루라는 개를 죽이게 된다. 두 사람은 폭력에 의해 다시 폭력을 일삼은 악순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 등장하는 폭력의 전형이다. 폭력의 고리를 끊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처한 가정환경 때문에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다. 다행히 강민과 미나는 오원장을 만나 치료를 받게 되면서부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에 대해 서서히 고민하기 시작한다. 남에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심지어 인터넷을 통해서도 상담을 한다. 강민의 경우는 가족 치유도 함께 병행한다. 폭력적인 형도 변하기 시작하고 아버지도 자식을 위해 기꺼이 치료에 응한다. 가정이 달라진다. 미나 역시 다이어트 문제로 고민한 것 같지만 사실은 어릴 때의 폭력이 정신세계 한 곳에서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문제는 결국 강민과의 만남으로 접점을 찾아간다. 강민은 학교 친구와 싸움으로 오원장과 함께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약수터에 강민을 만나러 가던 미나가 이를 발견하면서 폭력의 악순환에 대한 연결 고리가 풀리게 된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내용이 시시콜콜할 것 같은 하이틴 소설 같지만 성장소설이면서도 상담, 학교 폭력, 가정 폭력 그리고 동물과의 교감 등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청소년 문제를 다분히 의식적으로 표현했구나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달리 생각하면 그만큼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는 반증일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로 고민한다. 행동에는 반드시 이유가 따른다. 그것이 어릴 때이건 기억의 까마득한 저편이건 상관없다. 언젠가는 그 행동이 자신의 앞에 나타나 있다. 좋은 행동이면 상관없겠지만 이 소설에서처럼 폭력적인 성향이 나타난다면 문제가 된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있다. 가정의 화목이 제일이다. 건강한 가정이 건강한 사회를 이룬다. 이 소설을 통해 아이들에게 가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에게 가정이란 천국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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