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15 격주간 제773호>
[제13회 전국4-H회원 사이버백일장 금상 수상작] 달팽이랑 지렁이랑 같이 사는 우리 집

이 예 은 회원 (진안 마령중학교4-H회)

"나는 모두가 같이 어울리는 따뜻한 농촌에서 배우며 자라고 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공기 좋고 인심 좋은 전형적인 농촌, 나는 그런 마을 마령에 산다.
마령면이 속해 있는 청정지역 진안은 진안고원으로 유명해 여러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우리 동네 가까이에 있는 마이산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타포니 지형으로 세계 지질학자들의 관심을 끈 세계의 명산이어서 사시사철 많은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그런 산촌마을에서 나는 평범하지만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다. 아침이면 기상을 알리는 수탉과 뒷산의 청아한 뻐꾸기 소리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면 새벽이슬을 머금은 상큼한 풀 향기가 나를 상쾌하게 해준다. 앞마당의 텃밭에서 키우는 나물 반찬으로 웰빙 아침식사를 마치고 학교로 향한다. 여름방학이면 계곡이나 강가에서 물장구를 치느라 시끌시끌해지고, 손발이 꽁꽁 어는 겨울철에는 뒷산에 비료포대를 들고 가서 눈썰매를 타며 추억을 쌓고 용기와 자신감을 키우며 우리는 단단하게 커간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에는 상추밭에서 상추 위를 기어오르는 조그만 달팽이를 볼 수 있다. 점액 때문에 면도칼 위도 기어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실험해 보고 싶어 잡아오기도 하지만 달팽이가 불쌍한 마음에 다시 놔주곤 한다.
6월 중순 즈음에는 감자를 캐다가 땅 속에서 꿈틀거리며 살고 있는 지렁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어렸을 적 엄마를 따라 감자를 캐려고 땅을 파다가 지렁이가 보여 “엄마, 이 지렁이들 왜 이렇게 꿈틀거려?”라고 물으면 엄마는 “지렁이가 눈이 부셔서 그런단다. 예은이가 자고 있는 데 이불을 들추면 기분이 좋겠니?”라고 하셔서 흙을 땅에 다시 덮어줬던 일들이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얼마 전 학교에서 4-H활동을 하면서 벼 화분재배라는 것을 시도해 보게 됐다. 이제까지 농촌에 살지만 내 손으로 직접 벼를 재배한 적이 없었는데 벼를 재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니 나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좋았다. 또한 국화 삽목을 하면서 날짜를 정해 매일 물을 꾸준히 줬더니 예상했던 것보다 국화가 잘 자라서 큰 보람을 느꼈다
자연 친화력이 낮은 편이었지만 내가 도시의 어떤 아이들보다 꽃 이름, 곤충에 대한 갖가지 정보와 생김새에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이 알게 된 것도, 또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더 신선하고 맛이 있는 채소와 과일을 먹는 것도 모두 농촌에 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행복해하고 있다.
사람들은 농촌에 산다면 촌구석에서 농사나 지으며 사는 새까만 아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그런 사람들의 무심한 말들이 나에게 상처를 입힐 때도 있다. 나는 이러한 농촌에 대한 편견이 고쳐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농촌은 조용하지만 생기 있는, 거친 사투리를 쓰지만 정이 많고 편안한 꼭 할머니의 따뜻한 품 같은 곳이다. 좋은 것이 있으면 같이 나누고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 돕는, 요즘같이 삭막하고 경쟁만이 치열한 사회에 이런 농촌의 따뜻함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고 학생 수가 적은 학교에서도 선배, 후배가 서로 사이좋게 지내면서 서로에게 배우는 것은 서로에게도 도움이 되고 흔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모두가 같이 어울리는 그런 따뜻한 농촌에서 배우며 자라고 있다. 나는 지금 농촌에 살고 있다는 것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 굳이 억지로 배우지 않아도 생활에서 자연히 알게 되는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말이다. 4-H활동으로 농촌과 자연에 대해 더욱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게 되어 나에게 유익한 활동이 되었던 것 같다. 앞으로는 농촌을 아끼고 사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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