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동아리활동 통해 나만의 나침반 찾다!
김 성 기 지도교사(김포 통진중학교4-H회)
요즘 학기말이라 그런지 아이들과 부딪치는 일이 더 많아진 것 같다. 교과 진도는 물론 학기말 시험까지 끝나자 대다수 아이들은 무기력감 또는 산만함에 빠져 학교생활에서의 방향 감각을 완전히 상실한 것 같다. 교사들도 바쁜 학기말 업무에 이런 아이들을 바로잡아 줄 겨를이 없다. 이런 아이들에게 ‘학기말 학생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 한 권을 소개해 주는 일’은 아이들의 반응이 어떠하든 나에게는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다. 이런 과정에서 만나게 된 책이 바로 김한수 작가의 ‘너 지금 어디가?’라는 책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텃밭에서 아이들과 함께 땀방울을 흘려가며 일군 시간이 없었더라면 이 소설을 쓰지 못했을 것’(277쪽)이라고 말할 정도로, 직접 중학교 아이들과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알게 된 아이들의 고민, 갈등, 아픔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소설화하였다.
공부는 물론 운동 실력도, 노래도, 그림도, 뭐 하나 눈에 띄게 잘하는 게 없어 선생님들 눈에 그저 그런 애로 보이는 주인공 건호, 스펙과 공부의 늪에서 늘 허우적대면서도 결코 행복을 꿈꿀 수 없는 모범생 지욱이, 어두운 가정환경과 한글도 모르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더욱 난폭하게 행동하는 학교 짱 정태, 친구의 핸드폰을 훔친 돈으로 아이들의 환심을 사고 자신을 부잣집 아들이라고 속이는 뚱보 대풍이, 혼자서는 밥도 먹지 못하는 마마보이 민석이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모두 세상 사람들이 정해 놓은 좋은 성적, 부유함, 좋은 가정환경과는 거리가 먼, 학교에서 그저 그런 학생들로 평가 받는 아이들이다.
이러한 이유로 늘 주눅 들어 있고, 현실과 소통하는 방식이 난폭함이나 비겁함 등 왜곡된 방식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의 현실과 고민에 매몰되지 않고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처지와 문제를 이해하고 이들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어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공부만이 최고의 선이라고 믿는 일반 부모들과는 달리, ‘중학생 정도면 자기 용돈은 자기가 벌어서 써야지’라는 논리로 주말마다 아들 건호를 텃밭에서 농사일을 하도록 강요하는 건호 아버지.
아이들의 문제 행동에 있어 결과보다는 원인에 보다 주목하고자 하고, ‘그 아이는 원래 그런 아이야’라고 단정하기에 앞서 특별하지 않더라도 그 아이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가능성을 찾고자 노력하는 건호 담임선생님. 이러한 어른들이 없었다면 아이들은 ‘나는 원래 그런 아이야’로 스스로 단정하고, 자신의 문제 행동을 자기 자신 보다는 세상과 주변 사람들 때문이라고 늘 원망하면서 꿈도 미래도 없는 삶을 이어갈 지도 모른다.
이 소설의 초점은 독자들에게 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 폭력, 왕따, 자살, 성적 지상주의를 리얼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아이들의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가를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에는 텃밭 동아리 활동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장점과 가능성을 찾고, 주변 사람이나 사물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다. 텃밭 동아리 활동에서는 공부의 우위도 힘의 우위도 없다. 오로지 성실함,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가장 중요할 뿐이다.
아이들은 농작물을 키우면서 정직함과 성실함, 공동체의 중요성, 생명의 소중함 등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깨우치게 된다. 바로 성장을 하는 것이다.
기존 청소년 소설들은 너무 무겁고 어두웠다. 오랜만에 느낌이 밝은 소설을 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 소설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우리 4-H회에서 하는 다양한 활동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김한수 지음/ 창비 펴냄 / 2013년 /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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