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H교사가 본 일본배낭연수 (上)
유 동 호(서울 고명정보산업고4-H회)
지난 8월 8일부터 12일까지 4박5일의 일정으로 일본의 교토, 오사카, 나라, 후쿠오카 등지로 ‘학생4-H회원 그린배낭연수’를 다녀왔다. 35명의 지도교사와 학생4-H회원들이 참가한 이번 그린 배낭 연수는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가는 해외 연수가 아니라 학생4-H회원들과 교사들이 조별로 함께 하는 자율적인 연수였다. 그래서 출발전부터 각오를 새롭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4-H회원들의 자율을 지켜보겠다고 좋은 허울로 포장하였지만 출발에 앞서 내심 부담이 되는 연수였다.
조별 자율 연수를 지켜보면서 지도교사들의 우려와는 달리 4-H회원들은 매우 잘 적응했으며, 당차고 당돌하기까지 했다. 연수 내내 4-H회원들의 얼굴에서 두려움의 그림자를 별로 읽을 수 없었다. 부족한 실력이겠지만 학교에서 배운 일본어 지식을 나름대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대견하고 신선해 보였다.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당당한 21세기의 한국 젊은이였고 자랑스러운 4-H회원들이었다. 지금도 똘망똘망한 4-H회원들의 눈망울이 그립고 그들이 자랑스럽다.
노파심과 경직된 몸으로 무장된 나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로 우리 4-H회원들은 외국이 아니라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게 생활하는 듯 했다. 저희들끼리 웃고 떠들고 매점을 이용하여 먹고 싶은 것도 열심히 사먹는 등 무척 자유스러웠다. 그런 가운데 조별로 코스를 계획하고 배낭을 메고 지도를 펴서 같이 보면서 노선을 정하고 지하철과 버스로 이동하여 일정을 자율적으로 소화했다.
이번 배낭연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율적 조별 연수는 성공적이라고 생각되어졌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연수 이전에 두 번이나 쿄토를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눈에 익지 않는 눈 뜬 봉사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 그린 배낭 연수를 통하여 쿄토 전체가 제법 손 안에 들어왔고 한 눈에 대강이라도 그려지게 되었다. 만약에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서 일률적으로 이동하는 연수였다면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렇게 얻은 체험은 앞으로 다른 해외여행에도 상당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마 이것이 이번 그린 배낭 연수에서 얻은 최대의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성공적 조별 자율 연수에 이어 농가 민박을 통하여 일본인들과 편안한 마음으로 마주 앉아 서로 대화할 수 있어 외국어의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어를 하시는 선생님의 통역으로 민박 주인과도 훨씬 쉽게 대화하고, 교감할 수 있었다.
유적지 관람이나 상가에서는 손짓과 표정으로도 대강의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좀 더 깊이 있는 체험과 학습을 위해서는 외국어는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4-H회원들도 외국어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하루 민박을 하고 헤어질 때 서로 안고 눈물을 글썽이는 것을 보니 나름대로 의사소통과 교감은 있었으리라 쉽게 짐작이 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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