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 대한 사랑의 기법 일러주는 지침서
이 종 무 지도교사 (울산 홍명고등학교4-H회)
어머니께서는 13형제의 장녀로 태어나셨다. 막내 외삼촌은 누나보다 나이가 적다. 큰 형님, 누님은 아버지, 어머니 대신이셨다. 그분들이 동생들을 키우셨다. 어릴 때는 먹을 것이 없어 가마솥에 무 썰고 보리 한 바가지 넣어 죽을 쑤어 드셨다는데 그마저도 사흘이 멀다 하고 굶으셨다고 한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서는 하루 종일 밭에 일하러 가셨기 때문에 부모님의 정도 정이지만 형제들의 정이 정말 남다른 것 같았다. 낳으면 당연히 큰다는 생각으로 많이 낳으셨나 보다.
그에 비하면 요즘이 훨씬 살기 좋은데도 아이는 집집마다 하나 아니면 둘이다. 그리고 부모들이 얼마나 아이에게 정을 주는지 귀하지 않은 자식이 어디 있으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불안하고 살기 어렵다 하고 학교에서 엇나가는 학생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결혼해서 아버지 되기도 어렵지만 아이 키우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다. 좋은 아버지 학교가 생긴 이유도 납득이 갈 만하다.
‘아이와 꼭 함께하고 싶은 45가지’는 이미 베스트셀러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손이 가는 것은 자식에 대한 사랑의 기법을 찾고자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읽어보면 공감하는 면도 있지만, 나도 아버지로서 아이에게 뭔가를 해 주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가지게 하는 책이다. 아이와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아버지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특별하다는 것이 없을 수도 있다. 생활 속에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일들을 적었기 때문이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부모의 행동이다. 아이가 정말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부모가 행복해야 하듯이 부모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아이 역시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부모가 몸으로 움직이면 아이 역시 몸으로 움직인다. 그 과정에서 가족의 유대감과 공동체 정신이 싹튼다. 45가지 이야기 중에서 주말 농장 체험하기, 장애인 체험하기, 식물 키우기, 가족 신문 만들기 등 우리 4-H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과정도 많이 있다.
서른한 번째 이야기인 돼지저금통에서 원하는 데 써보기가 눈에 들어왔다. 왜냐하면 우리 학교4-H회에서 이렇게 해 봤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각종 4-H행사에 참가하면 타 단체와 달리 참가비가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어떤 아이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참가의식을 높이기 위해 별도로 참가비 1000원을 받는다. 이렇게 모은 돈을 장애우 권익문제 연구소에 기부했다.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지만 행사 때마다 모은 돈으로 좋은 곳에 기부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연구소에서 감사의 문자가 왔다.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이제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당연히 참가비를 내게 됐다.
작가 명로진도 이야기 한다. 자신이 쓴 대로 실천하려 하지만 잘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고.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다. 시간을 쪼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을 즐기는 삶. 그런 삶을 산 아이들이 커서 어떻게 될지는 생각해 보지 않아도 된다. 잘 되고 못 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바르게 산다는 의미일 것이다. 많은 아빠들이 아이와 함께 뭔가를 계획하거나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아빠는 어떻게 할까 궁금해 하는 아빠들에게 일종의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책을 읽는 내내 어린 아이 뿐만 아니라 출가한 성인 자식과 부모와도 우리가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4-H금언은 ‘좋은 것을 더욱 좋게, 실천으로 배우자’다. 어떻게 보면 ‘아이와 꼭 함께하고 싶은 45가지’는 4-H금언을 잘 실천하고 있는 책인지도 모르겠다. 어린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이든 어른이 된 자식이든 더 늦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행동해야 한다. 우리 4-H인들이 먼저 행동할 일이다.
〈명로진 지음 / 북스토리 펴냄 / 2011년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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