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추에는 비타민 A와 C, 칼슘, 철분, 아연 그리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면역력이 약해지기 쉬운 겨울을 건강하게 나는데 도움을 준다. |
몇 해, 심고 가꾼 배추로 김장을 했었다. 배추 씨앗을 뿌릴 때부터 노심초사하여 수확하는 날까지 마음을 놓지 못했다. 며칠, 더 햇볕을 받게 하려다, 느닷없이 한파가 몰려들어 배추가 얼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배추만큼이나 마음까지 시렸다. 배추를 수확하는 날은 늘 추웠다. 덜덜 떨면서 거둬들인 배추를 덜덜 떨면서 절이고, 덜덜 떨면서 찬물에 씻어 건져야했다. 수없이 떨었기 때문일까? 이렇게 담근 김장 김치는 언제 먹어도 쨍하니 시원하고 맛있었다.
배추를 심지 못한 올해는 절임배추를 주문해 놓은 상태다. 좋은 배추는 얇고 아삭하면서 단맛을 가지고 있다. 그런 배추를 고르는 것이 김장을 성공하는 첫 걸음이다.
집집마다 김장을 담그는 스타일이 다른데, 우리 집에서는 김칫소에 무채와 쪽파는 조금 넣고 갓을 듬뿍 넣는다. 무는 넓적하고 큼직하게 썰어서 배추와 배추사이에 두세 개씩 끼워 넣는다. 김칫소를 만들 때는 고춧가루에 멸치액젓과 생새우를 듬뿍 넣고, 다시마 끓인 물로 농도를 조절한다. 매실청과 갈은 양파와 사과도 넣으면 싱싱한 단맛이 풍부하게 우러난다. 여기에 썰어둔 갓과 쪽파, 무채를 넣고 섞는다. 빨리 먹을 김치는 양념을 배추 이파리 사이사이에 넉넉히 바르고, 봄에 먹을 김치는 속을 조금 넣는다. 오랜 숙성 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속을 조금 넣어줘야 김치 맛이 깔끔하다.
요즘 배추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배추 한 통이 있다면, 배추된장국을 끓이고, 배추나물에 배추전 그리고 배추쌈까지 한 상을 차릴 수 있다.
배추 겉잎으로는 배추된장국을 끓인다. 쌀뜨물이 끓으면 적당한 크기로 썬 배추와 갖은 양념을 넣은 후 한소끔 더 끓인다. 된장을 풀어준 후 송송 썬 대파를 넣고 불을 끄면 된다.
배추나물은 중간잎을 이용한다. 길쭉하게 찢어서 놓은 배추 잎을 끓는 물에 2분 정도 데친 후 찬물에 헹궈서 꼭 짠다. 멸치액젓, 참기름, 깨소금, 매실청을 넣어 조물조물 무친다. 마늘과 파를 넣지 않으면 배추의 단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번에는 배추전을 부칠 차례다. 경상도가 고향이신 스승님 댁에 세배를 갔다가 먹었던 배추전은 아이 손바닥만 한 초록 배추 잎을 지져낸 것이었다. 어찌나 맛있었던지 단숨에 접시를 비웠었다. 그 맛을 따라갈 수는 없어도, 요즘 먹는 배추전에는 특별한 맛이 있다. 배추 속잎을 하나씩 떼어내고 칼등으로 두드려서 납작하게 만들어둔다. 여기에 마른 밀가루를 묻히고 찹쌀반죽을 발라 팬에 지져내면 된다.
아직도 작년 묵은지가 남았다면, 묵은지찜을 해 먹어도 좋다. 묵은지는 양념만 대충 털어내고 냄비에 담는다. 돼지고기나 멸치 등의 재료를 기호에 맞춰 넣고 뭉근히 끓이는데 김칫국물을 넣어주면 더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배추에는 비타민 A와 C, 칼슘, 철분, 아연 그리고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면역력이 약해지기 쉬운 겨울을 건강하게 나는데 도움을 준다. 맛도 좋고 건강을 챙기는데도 도움이 되는 배추. 올해는 배추 농사가 풍년이라고 한다. 풍년을 이룬 만큼 몸에 더 좋은 배추. 김장을 담글 때 몇 포기 더 하면, 시린 겨울 부자가 된 듯 마음이 넉넉해 질 듯도 하다. 〈정진아 / 방송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