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15 격주간 제765호>
[이달에 맛보는 착한음식] 입에도 맛있고 몸에도 맛있는 - 깻잎 -
깻잎은 칼륨, 칼슘 등 무기질과 비타민C가 풍부하며 특유의 향을 내는 정유 성분은 생선회나 고기를 먹은 후 탈이 나는 것을 막아준다.

올해는 너무 바빠서 몇 년 열심을 다했던 작은 텃밭 일구기에서 손을 놨다. 그곳을 무척 아껴서, 왕복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가깝지 않은 거리에 있었지만 일주일이면 두세 번은 들러 땀을 쏟아가며 일을 했었다. 김을 매다가 더우면 커다란 토란잎 아래 앉아서 쉬었는데, 하루는 지나던 할머니가 토란 독 오른다며 빨리 나오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 토란은 심고 가꾼 주인을 알아보는 건지, 나에게는 독을 뿜지 않았다. 저를 베어다가 널어 말릴 때까지도. 몇 평 안 되는 작은 터전이었지만 텃밭은 언제나 즐거움을 생산해 내는 공간이었다.
이맘때면 깻잎 따는 기쁨에 빠져들곤 했다. ‘톡, 톡, 톡, 톡’ 소리와 함께 한잎한잎 쌓여가는 깻잎은 수확의 기쁨과 함께 향기로움을 선물했다. 김장배추를 심기 전에 밭을 정리해야하는 시기여서 깻잎은 모두 따 들였다.
이렇게 수확한 깻잎으로는 깻잎김치를 담갔다. 깻잎은 깨끗이 씻어서 물기가 빠지게 둔다. 양파와 마늘, 사과를 갈아 준비하고 멸치액젓에 매실엑기스를 조금 넣어 살짝 달달한 맛이 감도는 양념을 만든다. 물기가 걷힌 깻잎에 양념을 묻힌 후 한번 먹을 만큼씩 반으로 접어서 통에 담는다. 깻잎김치는 만들어서 바로 먹어도 맛있지만 겨우내 두고 먹어도 별미다. 올해도 깻잎김치를 담갔다. 농사를 짓지 못했으니 깻잎을 사서. 김치냉장고에 넣어둔 깻잎김치를 보면 든든하다. 한겨울 양식을 다 마련한 부자 다람쥐처럼.
유난히 깻잎을 좋아하는 필자가 자주 만들어 먹는 음식 중 하나는 깻잎오징어전이다. 깻잎과 오징어는 적당히 채를 썰어서 준비한다. 여기에 채 썬 양파를 더한다. 새송이 버섯은 얄팍하게 썰어서 가늘게 찢어준다. 매운 고추도 어슷 썰어 넣는다. 준비한 재료에 밀가루와 물을 넣어가며 반죽하는데, 양파와 감자를 갈아서 넣어도 좋다. 양파와 감자를 갈아 넣는 경우 물의 양을 줄여 넣어야 한다. 재료가 다 준비되면 뜨겁게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적당한 크기로 전을 지져낸다. 뜨거울 때 먹어야 더 맛있는 전은 요즘 같은 날씨와 참 잘 어울린다.
또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달걀말이에도 깻잎을 넣으면 좋다. 깻잎은 잘게 다지고 달걀을 풀고 마요네즈를 조금 넣어 섞는다. 팬을 달군 후 불을 약하게 줄이고, 기름을 살짝 두른 다음 달걀물을 반만 붓고 돌돌 말아준다. 남은 달걀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말아주는 것을 달걀말이가 다 완성될 때까지 반복한다. 도톰한 달걀말이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접시에 담아내면 영양을 고루 갖춘 반찬이 된다.
향이 좋은 깻잎은 생으로 먹어도 좋다. 몇 장 씩 상에 올려 밥을 싸 먹어도 별미다. 입에 맛있는 깻잎은 몸에도 맛있다. 우선 칼륨과 칼슘 등 무기질과 비타민C가 풍부하다. 깻잎 특유의 향을 내는 정유 성분은 생선회나 고기를 먹은 후 탈이 나는 것을 막아준다. 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엽록소는 영양소라고는 할 수 없지만, 상처를 치료하고 세포를 부활시키며 알레르기를 없애주고, 혈액을 맑게 하는 등의 작용을 하는 것은 물론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강화시켜줌으로써 요즘 같은 환절기 감기예방에도 톡톡한 몫을 해 낸다. 어느새 찾아든 가을의 길목, 깻잎으로 건강을 든든히 챙기시길 바란다.  〈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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