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한번 휘둘러 그 뿌리를 완전히 도려내라
如將一刀 決斷根株 (여장일도 결단근주)
- 《격몽요결(擊蒙要訣)》 중에서"
유학(儒學)에서 말하는 공부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의 의미에 머물지 않는다. 활을 쏘고 말을 타고 달리는 것처럼 몸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까지를 의미한다. 입으로 활을 잘 쏘는 법을 줄줄 외운다고 활을 잘 쏘는 게 아니다. 말을 타고 달리는 방법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해서 말을 잘 타는 게 아니다. 이론을 이해함은 물론 직접 활을 쏘고 말을 달리는 데 능숙해야만 ‘활쏘기 공부와 말 타기 공부를 했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학(儒學)에서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란 지식을 쌓고 그것을 직접 실천하여 몸에 익숙하게 만든 사람을 뜻한다.
봄이 극단에 이르면 여름이 되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되며 가을 후엔 겨울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된다는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서 삶으로 그것을 구현해야 한다. 좋아하는 것이 있더라도 그것에만 몰입하지 않아야 한다. 봄이 깊으면 여름이 되는 것처럼, 봄이 좋다고 계속 봄에 머물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얽매이는 것이며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것이다. 좋아하는 게 있더라도 적절한 선에서 절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실천해야만 사계절의 이치를 공부한 사람이 된다. 실천하지 못하면 사계절의 이치를 공부한 사람이 아니다. 싫어하는 게 있더라도 꼭 필요한 것이라면 거부하지 않는다. 겨울이 싫더라도 가을이 지난 후 다가오는 겨울을 피해 도망가지 않아야 한다.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그것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면 해내야 한다. 그래야만 사계절의 이치를 공부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공부란 이처럼 쉬운 게 아니다. 율곡이 ‘난 할 수 있다!’라고 먼저 자신감을 가지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처럼 굳게 마음을 먹었다가도 3일만 지나면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사람은 참으로 많다. 그렇기에 ‘굳게 마음을 먹어라.’는 의미의 ‘입지(立志)’ 다음에 율곡이 강조한 것이 바로 ‘혁구습(革舊習)’이다. 예전의 잘못된 습관을 과감하게 뜯어고치라는 말이다. 그것도 차근차근 하나씩 고쳐나가는 게 아니라 한방에 고치라고 외친다. “칼을 한번 휘둘러 그 뿌리를 완전히 도려내라.(如將一刀 決斷根株)” 율곡의 말은 아주 단호하다.
율곡은 “말로는 ‘학문을 배우고 익히려고 마음먹었다’라고 하면서도 이를 바로 실천하지 않고 머뭇거리거나 이것저것 핑계를 대며 그 실천을 나중으로 미루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음만 먹고 그 시작은 나중에 하겠다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그렇게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버리면 평생토록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공부를 가로막는 나쁜 습관을 과감하게 끊어버리지 않는다면 제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된다.”라고 강조한다. 율곡이 지금 당장 끊어버리라고 강조한 대표적인 나쁜 습관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게으름. 게으른 사람들은 스스로 ‘구속 받기 싫다’라고 말하거나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함부로 아무렇게나 살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바른 이치 속에서 자유로움을 찾아라. 둘째, 차분하게 지내지 못하고 어지럽게 바삐 움직이며 세월만 보내는 것.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쓸데없는 일에 대한 관심을 끊어라. 셋째, 여러 친구들과 휩쓸려 돌아다니는 것. 그러다가 문득 ‘이제 정신을 차리고 바르게 살아보자’라고 생각하다가도, 함께 놀던 친구들이 나를 외면할까 두려운 마음이 들어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참으로 멍청한 사람이다. 넷째, 다른 사람에게 멋지게 보이려 노력하는 것. 중요한 것은 실제로 그런 것이지 남들에게 그런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무 소용도 없다. 다섯째, 스스로 낭만적이라고 여기며 음악을 듣고 술을 마시며 시간을 소비하는 것. 예술도 바른 이치를 완전히 터득한 후에 진짜 예술이 있는 것임을 잊지 말라. 여섯째, 장기나 바둑 등 오락에 심취하거나 쓸데없는 토론을 즐기고 빈둥거리며 맛있는 음식만 배불리 먹는 것. 일곱째, 가난을 부끄럽게 여기는 것. 바른 삶에 대해 모르는 것이 진정 부끄러운 것이다. 여덟째, 좋아하는 것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멈추지 못하는 것.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적절한 때에 멈춰야 한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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