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미 현 회원 (강원 영월 주천고등학교4-H회)
“내게 촌, 영월은 예나 지금이나 따뜻하고 자랑스런 삶의 터전이다”
나는 작년도에 강원도에 위치한 농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4-H회원도 되었고 다양한 농업관련 실습을 나갔었다. 그중에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하였다. 바로 작년에 개최되었던 2012년도 전국영농학생전진대회가 그것이다.
나는 입학 후 선생님의 권유로 전진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종목은 과제이수 분야였는데 ‘관상용 열매채소 재배’를 주제로 관상용 꽃토마토, 꽃고추, 딸기를 대상으로 재배, 홍보, 판매 등의 활동을 하고 그것을 정리하여 PPT 발표를 하는 것이었다. 대회를 준비하는 6개월간 사실 힘든 점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많이 배우고 얻었던 시간이었다.
아주 자그마한 씨앗이 자라서 나아가 결실을 맺기까지의 과정이 경이로웠고 그것을 타인에게 판매한다는 것이 더없이 흥미롭고 유익한 경험이었다. 덕분에 난 스피치 능력도 많이 향상되었고 연구소에서 육종전문가를 만나 뵙기도 하였으며 같은 농고 학생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게 가장 큰 수익은 대회 1등에게 주어지는 포상인 유럽연수의 기회였다. 한 번도 해외연수 경험이 없던 나에겐 더없이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가장 먼저 프랑스 루앙에 위치한 샹브레 농고를 견학하였는데 그곳에서 느낀 것이 많았다.
씁쓸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선 농고를 진학하는 학생 대다수가 실제 농업에 관심이 있거나 종사하고 싶어 입학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성적이 낮아, 다른 학교에서 떨어져 오는 학생이 많다.
또한 입학 후에도 정말 미래 영농인으로서의 교육을 받기 보다는 가끔 단순한 실습, 어찌 보면 체험이라 말할 법한 수업을 받는다.
더구나 일반인들이 농고라 하면 문제아집단으로 보는 시선이 다반사여서 농고 학생에겐 큰 애로사항이다. 반면 샹브레 농고 학생들은 입학 때부터 교감선생님과 1대1 면담을 통해 진학 이유, 영농 비전 등을 확인한 후 입학을 한다. 말 그대로 정말로 농업을 이끌어갈 주역이 되기 위한 학생이 들어오는 것이다. 난 그것이 참된 농업교육의 모습이라 느꼈다.
그리고 고1 정도의 어린나이서부터 이미 진로를 확고히 정해 자신의 꿈을 발표하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소를 기르는 가축업자가 되겠다던 17살 남학생은 이미 축사관리에 대한 정보를 터득한 듯 술술 설명을 하였고 사회 취약층을 위한 승마 체험장을 운영하겠다던 기특한 여학생도 있었다. 또한 가까운 곳에 있는 농장과 협약하여 학생들이 주 2~3회는 실제 농장에서 일을 하며 배운다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졸업 후 대부분이 농업계통에 취업을 한다는 것. 그렇게 말하는 모습에서 ‘프랑스 농업의 미래는 계속 밝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학교 내 교사, 사감, 학부모, 학교 관계자 모두가 모든 학생들에게 깊은 관심을 준다는 것이 좋았다. 그래도 역시 가장 좋은 것은 농업에 관해서 국민들이 편견을 가지거나 그러지 않는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또 독일에서 사라 직업학교 등 여러 곳을 방문하였는데 마찬가지로 샹브레 농고처럼 실제 농업에 종사할 계획인 학생들이었고 그에 따른 학교와 정부의 지원도 많았다. 우리나라 농촌, 농업의 문제점 중 하나가 농촌고령화와 미래농업을 이끌어갈 젊은 층이 현저히 적다는 데에 있다. 우리나라도 유럽의 학교들처럼 좀 더 효율적인 교육방식과 정부 지원을 이끌어 미래 영농인 양성에 힘쓴다면 농업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후에 간 교육목장 또한 인상 깊었다. 연령대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고 보다 쉽게 목장에 접근할 수 있게끔 교육을 받았다. 한국에도 교육 목장 개념의 시설들이 몇 개 있는데 아직 어린 아이들에만 초점이 맞춰줘 있는 실정이다. 남녀노소 쉽게 다가갈 만한 프로그램을 짠다면 체험객의 수는 늘어날 것이고 더불어 그 지역의 경제도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유럽연수에서 가장 좋으면서도 부러웠던 것은 국민들의 농업에 관한 인식에 있었다. 국내에서는 사실 농업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심하게 말하는 사람은 21세기 정보화 사회, IT 강국인 대한민국에 농업은 단순한 노동직의 쇠퇴하는 산업이라 말한다. 또 농업을 떠올리면 정겹다고, 그립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실상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 농업계고등학교 재학생이라 하면 먼저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사람이 태반이다. 농민은 벌이도 시원찮을 거란 생각, 한번쯤은 할 것이다.
하지만 유럽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나 프랑스 같은 경우 농업에 대한 국민들의 애착이 잘 느껴졌었다. 들은 바로는 89%의 프랑스인들은 이윤이 낮아지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애쓰는 농민들의 구체적인 행위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또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은 자신이 재배한 농산품이나 농업경영에 관해서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농고 학생들을 미래 영농인으로 볼 뿐, 문제아로 보는 시선은 결코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농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국민 대다수의 인식만 바뀌어도 농업은 지금보다도 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할 것이고 모두가 꿈꾸는 행복한 농촌 또한 형성될 것이라 믿는다.
나의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난 강원도의 작은 농촌지역, 영월에서 나고 자랐다. 내가 처음으로 농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순간은 때 아닌 아버지의 텃밭 가꾸기였다. 마당에 작은 텃밭을 만들어 그곳에 토마토, 오이, 고추, 상추 등을 기르셨는데 난 포동포동 젖살이 오른 볼을 부풀리며 자그마한 손으로 열매를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같이 상추를 뜯기도 하였으며 흙을 흩뿌리기도 하며 온전히 그것들을 느꼈다. 다른 사람들은 농촌사람이라는 점이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었겠으나 내게 촌, 영월은 예나 지금이나 따뜻하고 자랑스런 삶의 터전이다. 이후 조금 더 성장하여 나는 주천고등학교 생명산업자영과 즉, 농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농업을 좀 더 깊이 있게 배우고 체험하게 되면서 농업에 관한 나만의 견해가 생기게 된 것이다.
“밥 한번 먹자” 라는 말로 안부를 묻는 게 당연한 요즘, 잘 먹는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난 관상용 열매채소 재배와 유럽연수를 통해 다시금 우리나라 농촌, 농업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또 앞으로 4-H의 이념을 마음에 새기고 나 또한 이런 활동을 더 열심히 하여야겠다고 다짐하는 바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 모두 다 잘 먹고 잘 살아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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