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01 격주간 제647호>
<이규섭의 생태기행> ‘보쌈’잡기 사라지자 개체 수 늘어

평창강 퉁가리

강원도 평창강은 횡성 태기산 남쪽골짜기에서 발원하여 강림면을 거치면서 강폭이 제법 넓어진다. 영월군 주천강과 만나 서강이 되고, 서강은 영월읍에서 동강과 합류하여 남한강을 이룬다. 지구온난화와 라니뇨 현상으로 올 겨울은 유난히 포근했고, 봄이 예년 보다 빠르게 종종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다. 영월군 주천면 판운리 강가엔 어느새 버들강아지가 토실토실 살이 올랐다.

<퉁가리 보쌈을 위해 설치해 놓았던 V자 형태의 ‘돌 그물 살’.원안은 퉁가리.>
영동고속도로 남원주 분기점에서 우회전해 중앙고속도로를 탄 뒤 신림 IC에서 빠져 영월 쪽으로 88번 지방도를 타고 가면 주천면에 닿는다. 주천에서 평창 방향으로 8㎞ 정도 가면 강변마을 판운리 강가에 평창강을 가로지른 섶다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섶다리는 Y자 모양의 물 버들 나무를 거꾸로 박고 솔가지를 위에 씌운 뒤 흙을 덮은 우리나라 전통 다리다. 새마을운동으로 시멘트 다리가 놓이면서 사라졌던 섶다리를 마을 사람들이 되살려 놓아 강마을의 풍경이 되었다. 솔가지와 흙의 탄력으로 푹신하다. 아이들은 출렁거리는 섶다리를 건너며 마냥 즐거워한다.
이 섶다리는 밤나무가 많은 밤뒤마을과 다리가 없다고 하여 이름이 붙은 ‘미다리마을’ 사람들이 어울려서 놓았다. 예전에는 가을걷이가 끝나면 섶다리를 놓았고, 장마철이면 홍수에 떠내려갔다. 평창강이 흘러가 만나는 주천강에도 쌍섶다리를 300여년 만에 재현해놓았다. 조선 숙종 때 새로 부임한 강원관찰사 일행이 영월 장릉 참배를 위해 주천강을 건너는 것을 돕기 위해 동쪽의 주천리, 서쪽의 신천리 주민들이 섶다리를 하나씩 놓은 데서 유래됐다.

<평창강 섶다리는 강 마을의 이색풍경이다.>

평창강은 바닥에 깔린 둥글둥글한 자갈돌의 무늬까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하여 어종이 다양하다. 천연기념물 황쏘가리와 어름치를 비롯하여 어른 손바닥 길이의 피라미와 버들치, 메기, 갈겨니, 참마자, 꺽지, 쉬리가 건강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가운데서도 평창강에는 퉁가리가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다. 메기목 퉁가리과에 속하는 퉁가리는 메기와 동자개(빠가사리)를 합친 모습으로 다 자라도 길이가 10㎝ 내외다. 강바닥에 붙어 큰 돌 사이를 헤엄치며 수서곤충 등을 섭식하며 산다. 몸 빛깔은 누렇고 양쪽 아가미와 지느러미 사이에 수염이 여러 개 달려있어 찔리면 아릴 정도로 아프고 심하면 붓는다.

따사로운 봄 햇살에 강물이 따뜻해지는 3월 중순이면 강 마을에서는 ‘퉁가리 보쌈’을 해오던 풍습이 있었다. V자 형태로 ‘돌 그물 살’을 만들어 놓으면 그 안으로 퉁가리들이 모여든다. 세숫대야나 플라스틱 그릇에 퉁가리가 좋아하는 ‘꼬네’(잠자리애벌레)라는 물벌레를 찧어 헝겁에 싸서 집어넣는다.
그 위에 보자기나 비닐로 보를 싸고 한 가운데에 엄지 굵기의 구멍을 낸다. 강바닥 자갈로 보쌈 그릇을 위장하고 큰 돌로 물살을 막아 주면 야행성인 퉁가리가 냄새를 맡고 보쌈 안에 들어간다.
전래되어 온 독특한 포획방법을 되살려 마을주민들이 해마다 퉁가리축제를 열었으나 어종보호를 위해 폐지했다. ‘퉁가리 보쌈’이 사라지면서 최근 몇 년 사이 퉁가리 개체수가 부쩍 늘어 돌을 뒤집으면 쉽게 모습을 드러낸다.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어종이 아니더라도 물고기들이 강물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도록 배려하는 것도 자연과 환경보호의 일환이다.
 〈이규섭 / 칼럼니스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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