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01 격주간 제760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너희가 효도(孝道)를 아느냐?

"어찌 무조건 부모의 말에 순종하는 게 효라고 말하는가?
從父之令 又焉得爲孝乎(종부지령 우언득위효호)
- 《효경(孝經)》 중에서"


효도는 유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덕목 중 하나다. 그렇다면 유학에서는 왜 이토록 효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일까?
프랑스의 화가,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을 기억하는가. 파리의 증권사에서 근무하던 그는, 산업혁명으로 어수선했던 유럽을 떠나 남태평양의 작은 섬 타히티로 간다. 타히티에서 그린 그림 중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 바로 ‘Do Venons Nous? Que Sommes Nous? O Allons Nous?’다. 영어로 하면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우리말로 하면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도가 될 것이다.
고갱의 이러한 질문은 철학의 출발점이다. 아니 과학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스티븐 호킹이 우주탄생의 신비를 벗기려고 노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그것을 파악하면 자연스럽게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된다.
유학도 다르지 않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얻으려는 노력이다. 지난 번 ‘우주 창조의 원리가 나의 본성이다.’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유학이 추구하고 있는 최종 목표는 ‘스스로 지니고 있는 우주 창조의 원리를 발견하여 이해하고, 그것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내 마음 속에 이미 우주 창조의 원리가 들어 있다. 그 씨앗을 찾아내 키워나가면 내가 우주처럼 커져 세상의 모든 것과 연결되어 두루 소통하게 된다.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갖추게 된다. 그런데 이것은 단박에 이루어지는 상태가 아니다. 씨앗에서 싹이 트고 줄기와 잎이 자라나 마침내 우주 끝까지 연결되는 커다란 나무가 되는 것처럼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 게다가 나무처럼 어느 한 방향으로 자라나는 것도 아니다. 공처럼 커진다.
1m 자라난다면 동서남북과 위아래가 모두 1m씩 커진다. 공간적으로 커지는 것에만 머물지도 않는다. 시간적으로도 커진다. 먼 과거와도 연결되고 미래와도 연결된다.
그 첫 번째 발걸음은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를 찾으면 된다. 어디에서 왔는가. 찾아보았더니 그것이 바로 부모다. 이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그 다음 단계로 접어들지 못한다. 유학에서 효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어떻게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탄생에 대해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우주의 탄생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겠는가.
빅뱅(Big Bang)이, 태극(太極)이 우주를 만들어낸 것처럼, 부모가 나를 만들어냈다. 부모와 나 사이에 빅뱅이 있고 태극이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따르며 생존하는 것처럼, 나도 부모를 거스르지 않고 따라야 한다. 그것을 유학에서는 효(孝)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효는 무조건 부모의 말에 순종하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까?”
어느 날, 공자의 제자 증삼(曾參)이 공자에게 그렇게 물었다. 증삼이 누구인가. 공자의 학문을 이어받아 ‘효경(孝經)’을 지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를 가르친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있었기에 공자의 학문이 끊어지지 않고 맹자(孟子)에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공자의 수제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증삼의 질문을 받은 공자는 깜짝 놀라며 펄쩍 뛴다.
“내가 이제까지 그렇게 가르쳐 주었거늘 어찌 이리 멍청한 질문을 하느냐? 도대체 이제까지 뭘 배운 것이냐? 효도는 무조건 부모의 말에 순종하라는 게 아니다. 부모가 잘못된 길로 가려 한다면 울면서 매달리며 말리고, 바른 길을 가도록 노력하는 게 진정한 자식의 도리이며, 그것이 바로 진정한 효도다. 그런데 어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느냐?”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효도와는 조금 다르지 않은가? 다음 편에서 더욱 자세히 효도에 대해 알아보자.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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