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01 격주간 제754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21세기에 왜 유학(儒學)을 말하는가
"화살이 빗나가면 화살을 쏜 자신을 탓하라
(射有似乎君子 失諸正鵠 反求諸其身)
- 《중용(中庸)》 중에서"

세상은 점점 넓어지고 또 좁아진다. 무슨 말인가. 유럽과 미국, 중국과 일본의 경제까지 걱정해야 하는 시대다. 생각해야할 범위가 넓어졌다는 뜻이다. 미국의 농사가 망하면 곡물류 가격이 치솟는다. 중국인들이 우유를 먹기 시작하자 우유 값도 오른다. 일본의 원자력발전소에 문제가 생기자 바람의 방향을 놓고 노심초사한다. 유럽에 경제위기가 오자 우리 경제도 흔들린다. 중동이 시끄러워지면 석유 값도 들썩인다.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점점 많아졌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우주에 로켓을 쏘아 올린다. 우주까지 우리네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래서 넓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또 좁아졌다고 하는가. 서울에서 KTX를 타고 부산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이제 2시간 30분 정도다. 아주 가까워졌다. 뿐만이 아니다. 안방 침대에 누워 미국에 사는 친지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대화를 나눈다. 인터넷으로 외국의 쇼핑몰에 접속해 물건을 주문한다.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SNS를 통해 살펴본 친구가 멀리서 나에게 조언을 해준다. 거리감이 사라졌다. 그래서 좁아졌다는 것이다.
우주까지 올라가고 침대 위까지 다가왔다. 그러니 넓어지고 좁아졌다는 것이다. 너무 복잡해져 정신이 없다. 이런 게 오늘이다. 21세기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공부할 것들도 많아졌다. 자,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를 해결해줄 열쇠를 찾던 사람들이 공자와 맹자에게서 실마리를 보았다. 왜 하필이면 공자와 맹자냐고? 나로호 발사를 예로 들어보자. 결국 성공했지만 그 이전에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해야 했다. 그런데 실패의 이유는 어디에서 찾았는가. 실패의 이유는 목적지인 우주에서 찾은 게 아니다. 나로호 자체에서 찾았다. 대상에서 문제를 찾는 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는 것, 이것이 바로 공자와 맹자의 생각이다.
“화살이 빗나가면 화살을 쏜 자신을 탓하라.”
공자가 한 말이다. 세상을 탓하지 않는다. 나 자신을 탓한다. 모든 실패의 원인은 나에게 있다. 그렇기에 나를 제대로 가다듬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비가 오는 게 싫다고, 혹은 비를 내리게 하려고 하늘을 조작하려고 나서지 않는다. 비가 내리는 것에 적응하고 그것에 어울리게 나를 가다듬는다. 가뭄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가뭄에 적응하도록 나를 가다듬는다. 너무 수동적이라고? 홍수와 가뭄에 강한 씨앗을 만들어내는 게 최첨단 농학이다.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해충을 죽이는 게 이제까지의 농학이었다면 21세기의 농학은 해충에 강한 농작물을 만드는 것이다. 대상을 죽이는 게 아니라 대상에 적응하도록 하는 게 첨단과학이라는 뜻이다. 병을 일으키는 원인을 박멸하는 게 아니라 병에 걸리지 않도록 나의 면역체계를 가다듬는 게 첨단 의학이다. 자연을 바꾸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자연에 어울리도록 나를 바꾼다. 21세기가 추구하는 게 바로 이런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에서 출발했는가를 따져보자. 공자와 맹자의 사상에서 출발한 것이다.
나로호 발사를 쉽게 하기 위해 중력의 법칙을 바꾸려고 하면 안 된다. 법칙을 인정하고 나로호를 그 법칙에 맞도록 가다듬어야 성공할 수 있다. 사소한 고무링 하나까지 철저하게 살펴야 한다. 공자와 맹자의 가르침을 연구한 학자들의 주장이 그러하다. ‘사소한 일상을 바르게 가다듬어 우주의 창조원리에 맞도록 나를 만든다.’는 게 성리학(性理學)을 연구한 학자들의 이론이다. 우주 창조의 원리? 스티븐 호킹도 아니고, ‘공자왈 맹자왈’을 중얼거리던 고리타분한, 꽉 막힌, 수구꼴통(?) 성리학자들이 우주의 창조 원리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잘 믿어지지 않겠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당신이 알고 있던 성리학에 대한, 동양학에 대한 상식은 왜곡된 것이다. 비틀리고 꼬여 제 모습을 잃은 것이다. 당신이 모르고 있던 성리학의 진실, 선비들이 깊은 생각에 잠긴 채 산책했던 그 산책로로 들어가 보자.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우주와 나’다. 천 원짜리 지폐 속에서 퇴계를 불러와 함께 산책을 시작해보자.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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