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01 월간 제753호>
[4-H인의 필독서] 장영희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괜찮아, 이제 다 괜찮아’

만 4년6개월. 길다면 긴 시간이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아니,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한 생명도 태어나서 만 4년 6개월이 지나면 사람 구실을 한다. 걷고 뛰며, 말을 하고, 좋고 싫음을 표현하게 된다. 심부름을 하고, 재롱도 떨면서 제 몫의 삶을 살아간다.
그런 시간, 4년 6개월 동안 ‘한국4-H신문’을 통해 많은 독자들을 만나왔다. 매일 마감에 쫓기는 방송원고와 겹쳐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이 지면을 통해 나 자신이 먼저 위로받고 성장했음을 고백한다. 그래서 마지막 글을 쓰는 오늘은 가슴 한켠이 저릿하다.
2008년 10월 1일자에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시작으로 연재를 시작했고, 이번 호가 독자와 만나는 마지막 기고이니 뭔가 특별한 책을 소개하고 싶었다. 오랜 숙고 끝에 선택한 책은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장영희 산문집, 샘터 펴냄)이다.
사실 이 책은 특별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진솔함이 있다. 삶에 지쳐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내 손을 잡아 일으키고 어깨를 안아주며 새 힘을 품게 하는 어떤 에너지를 지녔다. 그 에너지는 다름 아닌 희망이다. 맞다. 오늘 소개하는 이 책은 희망의 목소리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은 저자인 장영희 교수가 세상을 떠나고 엿새 후에 발간되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장영희 교수는 장애 속에 병마와 싸우면서도 화사하게 웃으며 희망을 이야기했던 분이다. (실제로 방송 취재 덕분에 장영희 교수와 만난 적이 있었는데, 소녀처럼 맑고 순수했다.)
세 번째 암 투병으로 죽음을 목전에 두었으나 저자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책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깜깜한 터널 속에 갇힌 듯 불행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제자에게 했던 이 말은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이면 누구나 다 메고 다니는 운명자루가 있고, 그 속에는 저마다 각기 똑같은 수의 검은 돌과 흰 돌이 들어 있다더구나. 검은 돌은 불운, 흰 돌을 행운을 상징하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일은 이 돌들을 하나씩 꺼내는 과정이란다. …(중략)… 아마 너는 네 운명자루에서 검은 돌을 몇 개 먼저 꺼낸 모양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남보다 더 큰 네 몫의 행복이 분명히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로키산맥 해발 3000m 높이 수목한계선에서 눈보라와 바람 속에서 자라 생존을 위해 무릎 꿇고 사는 삶을 배워야 했던 무릎 꿇은 나무 이야기를 더한다. 세계적인 명품 바이올린은 살기 위해 자신은 낮춰야 했던 ‘무릎 꿇은 나무’로 만들어진다면서.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눈부신 성공, 누군가의 빛나는 명예 앞에 질투를 느낄 때가 있다. 그런 상대 앞에 서면 나 자신이 못나고 초라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순간 이 생각을 하길, ‘지금 난 검은 돌을 먼저 꺼낸 거야. 내 운명 자루에는 행운의 흰 돌만 남았어.’ 라고.
저자는 장애 때문에 어렵게 대학에 들어갔으며 또 어렵게 미국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6년 동안의 힘든 유학 생활 끝에 간신히 학위 논문을 완성한다. 그리고 그 논문을 도둑맞는다. 절망한 저자가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지내기를 닷새쯤 되던 날, 거울 속의 자신의 눈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깊숙한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어떤 목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다시 시작하면 되잖아.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기껏해야 논문인데 뭐. 그래, 살아 있잖아.’”
그리고 1년 후 다시 논문을 써낸 저자는 논문 맨 첫 페이지에 이런 헌사를 적어 넣는다.
“내게 생명을 주신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께 이 논문을 바칩니다. 그리고 내 논문을 훔쳐 가서 내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 -- 다시 시작하는 법을 가르쳐 준 도둑에게 감사합니다.”
사실 이 책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책이다. 가까운 이에게 선물을 할 일이 있으면 이 책을 선물을 하곤 한다. 이처럼 좋아하는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한 구절을 읽어주고 싶다.
“마음으로 일으켜 주는 부축의 말, 괜찮아. 그래서 세상 사는 것이 만만치 않다고 느낄 때, 죽을 듯이 노력해도 내 맘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나는 내 마음속에서 작은 속삭임을 듣는다. 오래전 내 따뜻한 추억 속 골목길 안에서 들은 말 -- ‘괜찮아! 조금만 참아. 이제 다 괜찮아질 거야.’ 아, 그래서 ‘괜찮아’는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의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약은 희망이라고 한다. 그 희망을 ‘한국4-H신문’ 독자 여러분에게 꼭 선물하고 싶었다. 가끔, 왜 사나 싶은 생각이 들 때, 뭐가 이렇게 힘겨운가 하는 생각이 들 때, 이 책을 펼쳐 읽으시길! 그러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속삭일 것이다.
“괜찮아, 이제 다 괜찮아.”
〈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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