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지 우 회원 〈강원 춘천 대룡중4-H회〉
농업관련 직업을 가지고 계신 아빠 덕분에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우리 가족의 여름휴가는 농촌체험활동으로 채워졌다.
뙤약볕 아래 헉헉대면서 토마토를 따서 운반하기도 하고 다 딴 토마토를 박스에 포장하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설픈 나의 노동이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겠지만 소중한 땀 흘림의 가치를 농촌경험을 통해서 가슴 뿌듯하게 느끼는 시간들이었다.
농촌일손돕기와 공기 좋은 시골의 자연환경을 더불어 체험하고 즐기는 것으로 여름휴가를 보내자는 아빠의 의견에 처음에는 이렇게 덥고 힘든데 이게 무슨 휴가냐고 불평불만도 많았었다.
그렇게 농촌에서 보낸 세 번의 여름휴가는 도시 생활에만 익숙한 나에게 배려와 넉넉한 인심으로 일과 더위에 짜증난 나를 감싸주려고 애쓰셨던 동네 사람들의 정이 가슴 절절히 느껴지는 감사의 시간이기도 하였다.
내가 힘들게 경험한 탓이어서일까?
신문이나 뉴스에서 안 좋은 날씨나 어떤 상황들로 인해 힘들게 일하는 농촌사람들의 권리를 지켜주지 못하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인양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 안타까움이 앞서 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한숨부터 먼저 나왔다.
농촌의 시설들이 많이 선진화 되고 기계화 되었다고 하지만 내가 체험한 농촌마을 대부분은 아직까지는 농민들의 손길을 구석구석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렇게 직접 손으로 힘들게 땀 흘리며 일하고 진실 되고 애틋한 마음으로 농사짓고 수확하는 농민들.
그분들의 햇볕 아래 검게 그을린 힘든 노동력의 수고가 있기에 우리들의 건강한 밥상이 있다고 감히 자부한다.
그런데 농부들은 소중한 땀방울의 가치를 인정받기는커녕 밀려오는 수입농산물의 가격경쟁력에 밀려 점점 피곤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농촌마을의 젊은이들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시로 떠나고 농촌은 언젠가부터 노인들이 지키는 마을이 되어버렸다. 또 농촌인구가 자꾸 줄어들다 보니 각종 편의시설이나 공공시설들도 줄어들거나 없어지게 된다.
내가 꿈꾸는 행복한 농촌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토대로 열심히 일하는 농부의 땀방울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이라고,‘농업은 천하의 가장 큰 근본이 되는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농업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먹거리를 책임지는 일이 아닌가?
칭찬은 말 못하는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우리 모두가 농업의 가치나 중요함을 절실히 깨닫고, 그들의 삶을 존중하고, 감사와 더불어 칭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또한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그분들에게 정당한 댓가를 지불한다면, 농촌사람들 역시 기본적인 삶이 해결될 것이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게 될 것이며, 밀려오는 값싼 수입농산물의 가격경쟁에 대응해 높은 품질경쟁으로 우리 밥상의 먹거리의 질을 한층 더 높여줄 것이다.
비단 먹거리뿐만 아니라 팍팍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삶에 지친 도시인들의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내어줌으로써 도시와 농촌의 삶이 서로 윈윈(win-win)하고 공존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농촌의 모습이고 또한 바람이기도 하다.
더운 여름날, 큰 나무 그늘 아래 평상 위에서 온 식구가 밭에서 갓 따온 먹거리를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지친 몸과 마음을 쉬어 갈수 있는 곳.
난 그곳이 우리의 농촌이었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점점 소외 받고 존재감이 없는 농촌이 아니라 늘 우리 곁에서 우리의 건강과 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며, 우리 곁에서 우리를 위로하고 쓰다듬어 주는‘고향 어머니의 품’같은 곳이 우리의 농촌이었으면 좋겠다.
농촌이 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게 바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관심을 가지고 마음 써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지난 몇 해 동안의 농촌체험활동이 나에게 소외된 농촌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고 결국 나를 지금의 4-H회원으로 만들었다.
모르면 모를까, 어려서부터 체험한 농촌의 모습은 아직까지는 많이 힘든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글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고(告)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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