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01 월간 제752호>
[시네마&비디오] 레미제라블
배우들의 열연이 빛낸 새로운 뮤지컬 영화

뮤지컬 영화의 경우 일반적으로 배우의 연기보다는 노래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은데, ‘레미제라블’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영화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소리도 색도 없었다. 그리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색과 사운드가 입혀졌다. 흑백에서 컬러로, 무성에서 유성으로 발전하였다. 1927년 ‘째즈싱어’라는 영화가 유성영화의 시대를 열었고, 유성영화는 곧 뮤지컬 장르를 발전시켰다. 단순한 목소리가 아니라 음악이 함께하는 영화의 발전이 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뮤지컬 영화는 영화를 하면서 직접 노래와 연기를 함께 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노래는 촬영 후에 믹싱하는 방식을 택한다. 하지만 ‘레미제라블’은 연기와 노래를 함께 진행하여 일반적인 뮤지컬 영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그리고 그 연기와 노래에 ‘열연’이라는 단어를 붙여도 될 만큼 훌륭한 영화를 탄생시켰다. 일단 뮤지컬 영화의 경우 일반적으로 배우의 연기보다는 노래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레미제라블’은 두 마리 토끼를 훌륭하게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 ‘레미제라블’은 평생 죄인의 낙인이 찍힌 쟝발쟝, 오로지 법과 원칙만을 숭배하는 쟈베르 경감, 그리고 배고픔에 고통 받아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판틴 그리고 그녀의 딸 코제트, 네 명의 운명을 다룬 이야기다. ‘레미제라블’의 원제를 그대로 번역하면 ‘불쌍한 자들’이다. 원작은 사실 누구하나 불쌍하지 않은 자가 없는 이 시대를 냉정하게 보고 있다. 빅토르 위고의 서문에 나와 있는 “프롤레타리아 탓으로 낙오된 남자, 가난으로 타락한 여자, 어둠 때문에 비뚤어진 아이들” 그들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는 자본주의의 시대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시스템이라는 구조가 만들어낸 어쩔 수 없는 문제를 통찰하는 이야기다. 쟝발쟝, 쟈베르, 판틴, 코제트로 상징화된 인물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다면 그들의 상징성들을 찾아내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내용 부분에 있지는 않다. 이미 소설로 뮤지컬로 영화로 이 내용의 이야기는 수백 번 반복되었다.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의 매력은 바로 배우들의 연기에 있다. 카메라는 거리낌 없이 젖 먹던 힘까지 내면서 연기와 노래를 하는 배우들의 얼굴을 클로즈업 한다. 안간힘을 쓰며 얼굴이 찌그러지고 힘겨워하며 온몸의 힘을 짜내는 배우들의 모습들이 그대로 카메라에 담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극적인 부분들만으로 만들어내는 뮤지컬 영화는 배우들의 힘겨운 노래 연기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레미제라블’은 뮤지컬 속에서도 배우들이 노래뿐만 아니라 얼굴 표정의 세밀함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새로운 형식의 뮤지컬 영화였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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